무례함도 수용성(水溶性)
참 한결같이 무례한 친구가 있다.
오늘은 그 친구의 무례함에 아연실색한 날이었다.
오래된 친구라는 이유로 참아주었던 그 무례함들로 인해 그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날이면 늘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무례한 사람은 헛헛하지 않은데 그걸 참아주는 사람이 오히려 마음이 씁쓸해진다.
'그래 걔도 이유가 있겠지.' '내가 조금 예민하게 받아들인 거 겠지'
오늘은 애써 참아주며 유지해온 관계가 참 부질없는 짓이었구나 왜 참아줬지? 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불편한 부탁을 계속해서 권리인냥 부탁하는 그 모습에 처음에는 정내미가 떨어지다가 분노가 일었다.
어째서 그러는 걸까?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는 부탁을 받는 사람이 혹여 불편하지 않을까 고려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친구의 행동의 기저에 깔린 사고가 어떤 건지 알 거 같아서 더 싫었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급급한 그 마음, 그 조급함, 자기밖에 모르는 마음.
그냥 이해를 포기하기로 했다. 상종하고 싶지 않다.
무례한 사람을 마주치게 될 때의 문제는 그 무례함에 마음이 상한다는 것도 있지만, 그 사람으로 인해 다른 인간관계에도 정내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애먼 다른 호의적인 인간관계에 이 무례한 인간으로 인한 파장이 미친다.
더이상 착하게 굴지 말아야지. 독해져야지.
갑자기 흑화해야할 것만 같은 독기가 생겨 잘 유지해왔던 선량한 인간관계에도 데인 기억에 의한 흑마술이 영향을 미치게되는 것이다.
그러면 멈추고, 샤워기를 틀자. 수압은 세면 셀 수록 좋다.
우울은 수용성이라는 말이 있다.
무례함도 수용성이다.
샤워기의 물줄기로 시원하게 무례함을 시원하게 씻어내고, 후련한 마음으로 컴퓨터에 앉았다.
얘 말고도 무례한 인간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을 것이가.
그 때마다 나는 갑자기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흑마술을 부리기보단, 수압 센 샤워기로 물줄기를 쏘겠다.
물러가라 너의 그 재수없는 무례함.
그저 수압 쎈 샤워기로 쏘아대면 사라질 뿐인 그딴 거다 저딴 무례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