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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Nov 16. 2022

맥북 적응기 3

(친구 같은 브런치)

맥북이 다시 내 품에 들어온 게 11월 1일, 오늘은 11월 16일. 15일 간 문제없이 잘 쓰고 있다. 처음 사서 하도 설치하고, 삭제하고, 다시 설치하고, 삭제하고 이 짓을 반복했더니 그냥 나는 처음부터 맥 os를 썼던 것 같은 느낌도 든다. 


15일 간 브런치와 친구 사이가 된 것 같다. 막 쓰고 있다. 맨날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다 보니, 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내가 누군지 사람들은 모를 테니 몰래 쓰는 맛도 좋다. 몰래 먹는 간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뭔가 짜릿한 맛이 있다. 


15일 간 발행한 글도 10편이 넘는 것 같다. 어제도 밤 10시 넘어 퇴근해서 집에 와서 세수를 하고, 요가를 좀 하려고 했는데 그냥 갑자기 막 쓰고 싶어서 밀도 낮은 글을, 그 글을 과연 '시'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구심이 드는 글들을 써재꼈다. 쓰고 나면 사람들의 반응이 오는데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그 글에 하트를 눌러준다는 게 처음엔 참 신기했고, 이제는 고맙다. 반응이 빠르게 오는데,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참 좋다.


생각해보니 난 프리챌 홈피도 열심히 했었고,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몰두해서 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페이스북, 트위터는 시도는 했는데 에너지가 달려서 안 했는데 이상하게 브런치는 하게 된다. 나도 내가 이렇게 열심히 글을 써댈지 몰랐는데, 신기하다. 아마 맥북을 두드리고 싶어서 그게 동기가 돼서 더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도 어렵게 입성했고, 맥북도 하... 쉽지 않았다. 그 어려운 과정들과 험난했던 과정이 더 나를 하도록 이끄는 것 같기도 하다. 며칠간 너무 밀도가 낮은 헐렁한 글들을 썼더니 다시 좀 촘촘하고, 밀도 높은 글을 쓰고 싶어 진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싶은 사람의 심리다. 물고, 뜯고, 맛보고, 삼키고, 등 등 


정말 쓰고 싶은 글은 밀도가 다소 높은 장편 소설인데, 소설은 시작만 해놓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헐렁한 글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헐렁헐렁하게 펼쳐 내다 보면 뭔가가 나오겠지, 기대하는 마음이다. 이 맥북은 브런치를 위해서 산 건가 보다. 오늘은 소설을 이어서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재밌게 쓰고 싶다. 나도 나를 모르듯이 내 소설이 어디로 갈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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