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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Nov 03. 2022

맥북 적응기 2

m1 맥북에어 가격과 맞먹는 수리비용

10월 27일, 목요일 오전에 2호선 을지로입구역 6번 출구에서 235m 직진하니 커다란 애플 매장이 나왔다. 1층 출입구에서 직원들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봤고, 나는 맥북 수리 예약을 했다고 하니, 이름을 물어봐서 대답을 하니, 2층으로 올라가시라고 안내를 해줬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으니 특이한 느낌이 발과 무릎으로 전달되었다. 약간 흔들흔들하는 느낌? 회색의 계단이었는데, 약간 물컹한 느낌도 들고, 신기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계단 위쪽에 직원이 3~4명이 있었고, 1층에서 말한 내 이름이 2층으로 전달이 되었는지 바로 안내를 받고, 지니어스 바(genius bar)에서 내 담당 지니어스(genius)를 기다렸다.


공간이 매우 널찍했고, 지니어스들은 청록색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의 공간이 충분히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는데 평일 그 시간에 그렇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외국인들도 많았고, 영어로 서비스를 받는 외국인과 영어로 설명해주는 한국인 지니어스도 눈에 띄었다.


또한, 애플이 우리나라 청년들을 이렇게나 많이 고용하고 있단 사실이 놀라웠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 여기에 또 있었던 거다.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인지, 헐헐~ 지니어스들은 MZ세대가 주를 이룬 듯했고, 드문드문 30대 후반 ~ 40대 지니어스들도 보였다.


여기저기 눈을 굴리면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내 이름을 호명하는 지니어스가 아이패드를 들고 나타났다. 역시 MZ세대로 보였다. 내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9월 14일에 사서 블라블라~ 이야기를 늘어놓자, 잘 들어주면서 고생하셨다고, 상담사의 태도로 반응하는 것에도 좀 놀랐다.


이건 내가 상담사로서 내담자에게 보이는 반응인데~ 헐~ 애플 측에서 교육을 철저하게 하는 것도 있겠고, 내 담당 지니어스의 경험에서 나오는 짬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 이후의 지니어스들은 또 다른 느낌을 주었기에 이 날의 지니어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말과 행동이 군더더기 없이 빠르고, 정확하고, 적절했다. 신입이 아님에 분명한, 연차가 쌓인 사람 특유의 노련함이었다.


내 담당 지니어스는 일단 내 맥북을 가져가서 테스트를 하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해서 나는 또다시 사람 구경, 지니어스 바 매장 구경을 했다. 잠시 후에 지니어스는 돌아와서 테스트 결과 내 맥북에 하드웨어적인 결함이 발견이 되었다고 해결 방법을 안내했다.


우선 트랙패드 수리가 먼저 필요하며, 추후 동일 증상시 로직보드(컴퓨터의 메인보드) 수리가 필요할 수 있고, 로직보드는 재고가 없기에 주문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나는 트랙패드 수리, 로직보드 수리 한 번에 다 해주길 바랬다. 그래서 지니어스에게 그냥 한 번에 다 해주면 안 되냐고 했더니, 지니어스는 안 된다고, 해 보고 또 안 되면 다시 방문하시라고 친절하게 말했다.


왔다 갔다 번거로운 게 싫어서 내가 또다시 반복해서 말했다. "저는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요~ 이 문제가 좀 완벽하게 해결되길 바라요. 천천히 걸려도 돼요. 완벽하게 해결하는 거..",


했더니 지니어스가 미소를 지으며 "그죠~ 완벽하게, 완벽하게 잘 고쳐드리겠습니다." 해서 여기는 모든 것에 절차가 있나 보다, 우리나라 문화랑 많이 다르구나. 한국이 아닌가 보다 생각하고, 첫 경험이니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명동 애플 매장을 나와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메일을 확인해보니, 수리견적서 메일이 와있었다.


Trackpad, Silver : ₩ 113,703.

HARDWARE REPAIR-LEVEL 1 : ₩ 86,000.

총계 : ₩ 199,703.


대략 20만 원이었다. 물론 내 부담은 아니고, 무상수리비용이었다. 예상 픽업 일은 10/29로 안내되어 있었다. 모든 절차와 대응이 매뉴얼화되어있는지 깔끔하긴 했는데 뭔가 AI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융통성이나 개인의 판단보다는 매뉴얼대로 진행하는 건가?


10월 29일 토요일에 픽업하러 가면 되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10월 28일 금요일 오후에 메일이 왔다. "이제 고객님의 제품을 픽업하실 수 있습니다." 픽업에는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안내와 함께~ 헉쓰~ 그 속도에 놀랐다. 


이렇게나 빨리? 정말 요즘의 세상의 속도, 너무 빠르다. 눈알이 핑글핑글~ 아, 그런데 29일 토요일은 내가 너무나 바빠서 시간을 낼 수가 없는 날이라 가족에게 부탁했다.


가족이 명동에 가서 맥북을 집으로 잘 데려다 놓았다. 감사했다. 휴우~ 퇴근해서 확인해보니 트랙패드, 키보드가 다 작동이 잘 되어서 기뻤다. 그런데 메모 앱 사용 시, 메모가 자꾸 사라지는 오류가 났다. 좀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피곤해서 나도, 맥북도 자기로 했다.


Photo by Thai Nguyen on Unsplash


10월 29일 토요일 밤에 혼절하듯 잠이 들었고, 30일 아침에 일어났다. 혹시나~ 해서 맥북을 잠자기 모드에서 깨웠다. 헉~!!! 맥북이 또 먹통이다. 키보드, 트랙패드 역시 안 된다. 슬펐다. 


그런데 가족 중 한 분이 갑자기 이태원에서 백여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뭔 소리? 뉴스를 보니, 아... 말이 안 나오는, 내 맥북이 문제가 아니다. 아.. 어.. 그런데 나는 출근을 해야 하고, 맥북을 또 애플 매장에 데려가서 수리를 받아야 하기에 또 가족 찬스를 쓰기로 했다.


어제 나 대신 애플 명동을 방문해준 가족에게 다시 부탁했다. 이번엔 돈을 주고, 부탁했다. 무거운 맥북을 들고 두 번씩이나 귀찮게 해서 미안한 마음에.. 어제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10월 30일 일요일, 마음이 어지러웠다. 이태원, 내가 아는 그 거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나는 출근해서 일을 하고, 내 맥북은 다시 수리를 받는다. 예상 픽업 시간은 11/5이라는 메일 안내를 받았다.


그래~ 이번에는 좀 시일이 걸리는구나.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구나. 시일이 걸리는 중대한 결함이었구나. 받아들이자~ 시국이 시국인 만큼.. 맥북이 뭐가 중요하냐..


그런데 하루 뒤인 10월 31일 오후 8시 59분에 메일이 날아왔다. 이제 고객님 제품을 픽업하실 수 있다는~ 헉! 너무 빠르다. 이렇게 빠를 수가 있나? 


애플 얘네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7일 근무를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한다. 이게 사람인가, 기계인가? 놀라웠다. 수리가 빨리 돼서 기쁘다기 보단 정말 놀라웠다.


11월 1일 화요일, 출근길에 명동에 들러서 내가 픽업했다. 수리비를 보고 깜짝 놀라버렸다. 헐~!!


Silver, Top Case with Keyboard, ANSI, Korean : ₩ 303,882.

HARDWARE REPAIR-LEVEL 1 : ₩ 86,000.

Logic Board, M1, 8-core CPU, 7-core GPU, 8GB, 256GB : ₩ 425,923.

Touch ID : ₩ 84,208.

총계 : ₩ 900,013.



두 차례의 수리비를 합하니 110만 원이 나오셨다. 맥북의 스크린이 포함된 윗면을 빼고 모든 게 교체가 된 셈이다. 


헐~ 이렇게 여러 사람 고생시킬 바에야, 그냥 한 방에 교체가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절차상 그건 안 되는 거고! 애플은 절차와 규정, 그리고 매뉴얼이 중요한 기업이구나.


 맥북에어를 9월 14일에 사서, 11월 1일까지 3번의 전화 지원, 2번의 수리 지원을 받았다. 정말 고생했다. 나와 맥북, 그리고 우리 가족들, 애플 직원들까지.. 이 경험은 기록하고 싶은 경험이었다. 아직까지는 3일밖에 안 지났기에 별문제 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그런데 만약에 또 문제가 생기면? 그러면 또 지니어스 바를 이용하면 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애플 케어 플러스가 필요한 것 같아서 가입했다. 애플케어 플러스도 기기 구입 시 60일 이내에 구입하지 않으면 구매 불가이기에 며칠 안 남았기에 망설임 없이 가입하게 되었다. 


이상이 나와 맥북이 9월 14일부터 11월 1일까지 대략 50여 일간 함께 경험한 일이다. 애플 지원 시스템, 그리고 지니어스 바의 경험은 직접 겪지 않고 글로만 읽으면 잘 파악이 안 될 수도 있는 경험이고, 나와 같은 일을 겪고 계신 분이나 겪게 되실 분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이 경험이 다소 시원하게 소화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간 마음고생한 것이 두 편의 글로 나올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m1맥북에어 #지니어스바 #트랙패드 #먹통 #맥북수리비 #애플케어플러스 #맥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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