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어둠에 희망을 나눠줄게
시나위의 희망가에 여러 가사들이 있지만, 유독 내 마음에 와서 콕 박힌 부분은 바로 "병든 너의 가슴과 없어진 꿈을 위해" 임. 병든 우리의 가슴을 회복시키고 살리기 위해서는 없어진 꿈을 다시 일으켜야 함. 어떻게 없어진, 상실된 그 꿈을 복구시킬 수 있을까? 내가 해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외치는 건 사기꾼 아닌가?, 그리고 어차피 그건 시간 지나면 다 드러남. 그렇다면 내가 해봐야 하지 않을까?
며칠 전 선 작가님과의 글쓰기 수업에서 작가님이 가져온 문장 중 하나가 아래와 같음.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리?
내가 아니면 누가 하리?
자우림의 샤이닝 가사와 비슷한데 전하는 메시지는 정반대임.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사람이 있을까
자우림의 샤이닝의 가사와 같은 마인드로 세상을 살았던 나의 한 조각은 충격을 받았음. 정신이 번쩍 들게 되었음. 나를 받아줄 사람을 언제까지 찾을 텐가? 이젠 내가 사랑을 나눠줘야 할 타이밍이 온 것임을 깨달았음. 그리고 이미 내 안에는 작가님과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도 있었음. 내 안의 그 사람과 접촉하게 되어서 기뻤음. 바쁘게 살다 보면 그 사람의 존재가 자꾸만 작아짐. 그럴수록 더욱더 기억해 줘야 함. 그리고 계속 접촉해 줘야 함.
맞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내가 아니면 당최 누가 하리오? 내가 입증해 보고 싶었음. 뜨거운 소망과 부드러운 열망이 올라왔음.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은 표출이 아닌 표현. 나만을 위한 글이 아니라 함께 연결되고 치유하는 방향성을 가진 글임. 허헛, 선 작가님이 강조한 말임. 과거의 아픔을 토로하며 배설하는 글이 아닌, 함께 성장하고 함께 머물러줄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진 글임. 쓰고 보니 이거 상담자 마인드 아닌감? 상담자의 마인드가 뼛속 깊이 박혀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낌. 모든 상담자는 결국 작가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인 것 같음.
다시 시나위 가사로 돌아가 보셈.
병든 너의 가슴과 없어진 꿈을 위해
우리는 병들었음. 우리가 어떻게 손써볼 수 없이 우리는 파편화되어버렸음.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런 질문을 하고 답을 찾고 싶다면 다른 분야의 전문가분들에게 토스하는 게 나을 거임. 병의 기원은 개인적인 기원과 사회적인 원인이 둘 다 있는 거임. 개인적인 기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함. 내가 하는 일이 그거임. 그러나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사회적인 원인도 개인적인 기원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알게 되고 있음.
개인의 아픔은 사회의 아픔, 우리는 연결이 되어있음. 우리가 서로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끈끈하게 정서적으로 연대한다면, 상실된 꿈들을 다시 복구시킬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도달했음. 상실된 것들은 언제나 우리를 아프게 하고, 주저앉게 만들고, 그 주위를 뱅글뱅글 맴돌게 하여 시간을 멈추게 만들지만, 그 경험을 통해 우리는 더욱 단단하게 연대할 수 있음. 아이러니 같지만 사실임. 이미 경험했음.
주저앉은 사람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의지도 있겠지만, 옆에서 손잡아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일어날 수 있음. 우리가 서로에게 이러한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치유될 수 있을 거임.
숨 막히는 어둠에 희망을 나눠줄게
'그 누구보다도 숨 막히는 어둠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삼켜야 했던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부분은 이제는 넘어선 것 같음. "너는 상담 못 해, 너 같이 마음이 여리고 약한 사람은 상담 일을 안 하는 게 좋아.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너에게 좋을 거야."란 말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들었었음. 그런데 유일하게 단 한 분이 "너는 그 고통에서 오래 힘들었기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넌 꼭 훌륭한 상담사가 될 거야."라고 이야기해 주신 분이 있었음.
난 그분의 말을 잡았음. 그리고 끝없이 올라오는 절망과 자기 의심과 함께 하면서 한발 한발 내디뎠음. 숨 막히는 어둠과 절망이 어떤 것인 줄 난 잘 알아. 특히 나는 정말 죽고 싶었거든.. 내가 살 수 있었던 것도 나 혼자만 죽고 싶은 게 아니라 나처럼 죽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었기 때문이었음.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살아갈 힘을 잃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조언이나 학습, 노력, 의지, 훈련, 교육, 교훈이 아니라 연결감과 연대감이었던 거임.
지금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병들게 된 건 사회가 너무도 파편화돼서인 것 같음. 너무 파편화되어서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하루하루 살기에 바쁘게 된거임. 우리를 살리는 건 연결감, 연대감. 나 같은 대문자 I도 이걸 강조한다면 정말 중요한 거 아니겠음? 타인의 존재로 인하여 비로소 내가 된다는 거를 잊지 않을 거임.
우리가 아무리 뭉개지고, 망가지고 병이 들어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음.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숨죽여 울었던 사람이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다면, 그리고 아주 작은 연결감이라도 줄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거임.
그러려면, 일단 나부터 복구시킬 거임. 내가 상처받기 전, 조각 나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과 사랑을 향해 두려움 없이 다가가 볼 거임. 그러기 위해서 내 마음과 더 바짝 가까이 붙어볼 거임. 나는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거리 두기의 달인이었음. 그런데 이게 내 본질이 아니었음. 나의 본질은 열정적이고, 적극적이고, 모험심이 많은 사람이었음. 두려워하기보다는 행동하는 사람이었음. 그랬던 내가 충격을 받아서, 아프게 돼서 그랬던 거임. 그렇다면 나는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임.
혼자서는 어렵다는 것을 앎. 그래서 나는 계속 나를 사람들 속에 놓아둘 거임. 그 안에서 조금씩 더 편안해지고, 그 안에서 조금씩 더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해볼 거임. 결코 쉽지 않고, 한 번 만에 되지 않을 것도 알고 있음. 그렇게 고독과 연결을 지그재그로 나에게 경험시키다 보면 나는 새로운 내가 될 거임.
이렇게 해가면서 내 경험을 써볼 거임. 쓰다가 좀 힘들면, 못 쓸 수도 있을 거임. 그래도 천천히 계속 쓸 거임. 상담을 끈질기게 하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붙들고 쓰다 보면 나를 더 잘 알아갈 거임.
그리고 이 글들이 다른 분들께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임.
#숨막히는어둠에희망을나눠줄게
#병든나의가슴과없어진꿈을위해
#지금이아닌언젠가
#여기가아닌어딘가
#지금이아니면언제하리
#내가아니면누가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