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살 Nov 18. 2021

입꼬리가 내려간 아이는 사랑받을 수 없어

나의 사랑스러운 아프로펌 헤어스타일3


입꼬리가 내려간 아이는

사랑받을 수 없어


글  최살살


미용사 삼촌은  머리를 질끈 묶고,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길고, 올곧은 생머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치면 모든 것을 부드럽게 만들듯한 생머리를 하고 싶어요.

다섯 시간의 시술 비용은 20만 원이었다.


미용사 삼촌은 내 머리카락이 질기고, 질겨서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담배 냄새를 퐁퐁 풍기며 말했다. 삼촌은 내 머리카락은 질기고, 질기니 추가로 영양제를 바르고, 폴란드에서 물 건너온 무향 무취의 비싼 매직 약을 쓰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아주 부드럽기만 한 건 트렌드가 아니란다.

삼촌이 말했다.

그럼요?

굴곡이 필요하지.

삼촌은 내게 볼륨 매직을 권하였다. 나는 그럼 그것으로 부탁한다고 대답했다.

일곱 시간의 시술 비용은 30만 원이었다.


매직 약을 바르고, 한 시간을 기다렸다. 드디어 머리를 헹구었다. 거울 속 내 머리카락이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삼촌은 내 머리카락에 매직 약을 또 한 번 발랐다.

너의 곱슬머리는 골이 깊어… 쉽지 않아.

삼촌은 새 손님을 받았다. 내 머리를 방치하고, 자꾸 새 손님을 받았다. 어른들은 중학생 아이의 시간을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 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두 번째로 머리를 헹구었다. 쭉 뻗은 머리카락이 미역처럼 내 얼굴 옆으로 툭 떨어졌다. 내 커다란 얼굴형이 도드라졌다. 홍조 띤 볼에 박힌 주근깨와 긴 생머리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볼품없어 보였다.

얘.

삼촌이 거울 속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입꼬리가 내려간 아이는 사랑받을 수 없어.

거울을 본다. 그제야 내 입술이 세모 모양이란 사실을 알아차린다. 삼촌이 양손을 내 입꼬리 근처로 가져온다. 그리고 내 입꼬리를 광대뼈 부근까지 찢어 올린다.

지금부터 연습하면 내년에는 입꼬리가 올라가 있을 거란다.


미용실 유리문이 닫히고, 나는 벌거벗은 듯한 기분으로 거리에 떨어졌다. 고개를 푹 숙이고, 사람들이 나를 볼 수 없는 곳을 찾아 걸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개구리 뒷다리를 중얼거렸다. 입을 크게 벌리고, 개구리 뒷다리를 외우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웃는 상 얼굴이 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미용실에 가서 긴 머리의 숱을 쳤다. 석 달에 한 번은 뿌리 매직을 하여 윤기 나는 긴 생머리를 유지했다.

나는 긴 생머리가 어울리는 여자 아이가 되기 위해 스쿼트와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스쿼트를 하면서 개구리 뒷다리를 외웠다. 개애구리 뒷다리이. 개애구리 뒷다리이.


나의 사랑은 예쁜 것을 좋아하였고, 나는 예쁜 것이 무엇인지 막 배우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