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은 온전함에 다다른 적이 있나요?

나의 인생을 바꾸는 질문 500가지

by 하늘

온전함. 온전하다는 것은 온화하다는 것을 기반으로 완전한 상태에 다다르는 것이 아닐까. 완전함은 끝에 다다라 견고하고 강직한 느낌의 단어라면, 온전함이라는 따뜻함과 평안을 기반으로 한 완전함 같은 느낌이다. 온전함의 유의어 중 하나는 ‘곱다’이다. 그래서 나에게 온전함이란 보기 좋은 상태, 아름다움에 관련된 단어이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온전함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 꽃들이 꽃답게 피어나는 것,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과 같은 단순한 섭리를 말한다. 아이가 아이답지 않은 언어를 구사하면 나는 이질감이 든다. 꽃에 물을 들여 원래의 꽃 색이 아닌 형형색색의 꽃을 만들어 놓으면 예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얼굴도 인위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잡티는 잡티대로 나 있고 태어난 그대로 세월을 맞아 살아가는 얼굴들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어린아이들의 통통한 볼살과, 나이 듦에 따라 나타나는 볼패임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턱 근육이 발달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입으로 부는 악기를 전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그 사람의 인생이 드러나는 그 턱근육이 아름다워 보이고, 보기에 편안했다.

봄에는 봄꽃이 가장 아름답다.

섭리대로 사는 것. 섭리대로 흘러가는 것. 그것이 온전함이다. 내가 온전함에 다다른 경험이 있는지 생각해 봤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계절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 계절에 맞춰 또 살아가는 것. 그래서 제철음식을 먹는 건 당연한 것 같지만 온전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김애란 작가의 책 비행운에서도 제철 음식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그녀의 필체로 서술한 그 문장이 나에게는 정말로 와닿는 말이었다. 이 말만큼 온전함을 설명할 말이 있을까. 오늘의 글은 김애란 소설 ‘비행운’에서 나온, 제철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서술하는 문단을 끝으로 마무리한다.





자신이 이 세상의 풍습에 속하고, 풍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게 좋아서였다. 기옥 씨에게는 요즘 그런 게 필요했다. 때가 되면 중년들이 절로 찾게 되는 글루코사민이나 감마 놀레 산, 혹은 오메가 3처럼.. 몸이 먼저 알아채 몸이 나서서 요구하는 것들이. 이를테면 설에는 떡국이, 보름에는 나물이, 추석에는 송편이, 생일에는 미역국이, 동지에는 팥죽이 먹고 싶다는 식의, 그래야 장이 순해지고, 비로소 몸도 새 계절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는, 어느 때는 너무 자명해 지나치게 되는 일들 말이다. 제사는 조상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지내 줘야 했다. 기옥 씨는 음식으로 자기 몸에 절하고 싶었다. 한 계절, 또 잘 건너왔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시간에게, 자연에게, 삶에게 ‘내가 네 이름을 알고 있으니, 너도 나랑 사이좋게 지내보자’ 인사하듯 말이다. 기옥 씨는 그걸 ‘말’이 아닌 ‘감’으로 알았다.

-김애란 소설 비행운 중 [하루의 축] 중에서


여러분들에게 온전함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온전함에 다다른 적이 있나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당신은 어떨 때 기꺼이 행동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