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을 바꾸는 질문 500가지
마음이 동하고 있다는 것. 내가 학교 일을 하면서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화가 나고, 학부모들의 태도에 푸념하며, 학교 교육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에 분개해하면서 말 끝에는 ‘망했어. 진짜 우리나라는 망했어.’라고 외치는 게 사실은 진정성이 있는 것이란 걸 생각해 본다. 나는 퇴근하고도 그날 우리 반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생각나고, 아이를 그렇게 키우는 학부모들에 화가 난다. 속상한 것이다. 애가 저렇게 예민한데, 애를 정말 저렇게 예민도 높은 아이로 키울 작정이야? 애가 저렇게 속에 분노가 가득한데, 저렇게 참고만 사는 애로 키울 셈이야? 애들한테 지금 뭘하고 있는 거야? 라며 분개한다. 전보다 사회성이 떨어져 가는 것을 보며 참담하고, 더 이상 내가 손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아 하루하루 무너졌다. 정말로 떠나고 싶다 이곳.. 이 직업을 떠나고 싶고, 안 보고 싶다. 내 눈으로 보지 않아야 마음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 후 남편과 밥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토해내고 있는데, 남편이 그래도 네가 좋은 선생님인 게 느껴진다고 했다. 아이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아이들과 대화한 내용들을 들어보면 감탄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니라니까? 나 오늘 걔 거의 비위 맞춰주듯이 하고 왔다니까? 안 그러면 걔랑은 대화가 안 된다고!’라고 받아쳤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정말로 그 아이의 마음에 내 말이 와닿았으면 좋겠어서 대화를 이리 틀고 저리 틀어 봤던 것이다. 이게 부모의 마음이랑 다를게 뭔가. 나는 그 아이가 친구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하게 넘어갈 줄 아는 넉넉한 성품을 가졌으면 좋겠고, 그런 성품이 그 아이의 앞으로의 삶에 있어 훨씬 편한 삶으로 이끌어 줄 것을 알기에 정말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아이들이 화를 내면 안타깝다. 넘어가줄 줄 아는 게 더 좋은 건데.. 용서하는 게 남는 건데.. ‘친구 사과받아줄 거야? 이야 대단하다. 이제 너 앞으로 맘이 좀 편하겠다. 잘했어! 다 너 편하자고 하는 소리야. 잘했어!’이 간단한 원리를 이해시키기가 어려웠다. 학부모조차 자기 아이가 남들에게 당하는 걸 못 보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용서해라, 사랑해라, 베풀어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사실이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난 남들을 용서하고 살았고, 그 용서 속에 자유를 얻는 적이 많았다. 그 사람을 이해해 버리면, 내 마음이 편하다. 사정이 있었겠지, 나 같아도 그랬겠다.라고 생각해 버리면, 내 마음이 편하다. 나는 이걸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지금도 돌아가 아이들에게 똑같이 가르치겠지만, 내 마음이 힘들어질 것도 이미 예상한다. 그리고 또 입버릇처럼 진짜 못해먹겠네!! 소리를 달고 살겠지.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한 가지 생각은 변했다. 나는 지금 진정성을 가지고 내 일에 임한다는 것. 아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내 진정성이 단 한 번의 경험을 통해서라도 저 아이의 마음에도 보이지 않지만 단단한 초석이 될 거라는 걸.
여러분에게 진정성이란 어떤 의미를 지닌 단어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