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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탓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인생을 바꾸는 질문 500가지

by 하늘

20대까지는 세상에서 나 자신을 가장 탓하며 살았다. ‘그때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지.’, ‘그때 그걸 했었어야지.’, ‘네가 부족하니까 결과가 이렇지!’ 식의 자책과 자기 성찰을 넘어선 비난을 많이 했다. 내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모두 그날 저녁에 단두대에 올라 옳은 행동이었는지, 잘못된 말이었는지 심판받아야 했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혼내고 탓하다 보니, 내 내면은 너덜너덜해졌다. 남는 것은 초라한 나뿐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관계나 세상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갔고, 자조적인 자기 평가에 주변 사람들은 내 생각의 흐름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그러다 나를 이렇게 만든 세상으로 탓을 돌렸다. 생각해 보니 나는 원래 어렸을 적부터 자잘한 성공경험이 많은 아이였다. 때문에 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진취적이며 결심한 일은 무엇이 되었든 열심히 하고, 결과도 좋은 사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학생 시절엔 공부도 잘했던 야무진 여성이었는데.. 내가 이렇게 초라해질 이유가 전혀 없던 사람을 세상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젊은 여성에게 한국 사회는 가혹했다고. 어떻게든 까내리려고 안달 난 사람들이 천지라고 생각했다.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며, 문화적인 문제이고, 관념적인 문제이며, 개개인의 경험에 따른 주관적인 기준까지 합쳐져 모두가 내가 별거 아닌 존재라는 걸 각인시키려 한다 생각했다. 까불지 말라는 것 같았다. 한 번도 내 의도를 왜곡하거나, 날 부정한 적이 없는 모범생의 인생을 살아오다 사회에 나와 만난 여러 관계들에게 비난당하고, 내가 가진 배경으로 거부당하는 경험들은 나에게 세상 탓을 하기에 충분한 환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20대 초중반의 열심히 살고자 애쓰는 여성들을 보면,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아 괜스레 응원하고 싶어 진다.)

그렇게 내 탓, 세상 탓 열심히 하며 살아오다 잠시 멈춰 돌아보니, 사실 탓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싶다. 내 부모를 생각하면 스스로 자기 탓을 할 것도 못되고, 세상 탓이라 여겼던 과거의 수많은 경험들은 내 미숙함과 상대의 욕구가 맞아떨어지지 않아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특별히 탓하는 것이 없는 상태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아껴줄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과거에 나에게 상처를 준 많은 사람들을 이해해 버리게 된 것이다. 현재 탓할 게 없는 나의 삶이 그럭저럭 꽤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이러다가도 내 차 앞으로 끼어든 차 때문에 신호를 못 받고 멈춰질 때 앞차를 무척이나 탓하겠지만 말이다.


여러분들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무엇을 탓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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