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요건

감정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

by 리베르따

통계상 부모에게서 독립해야겠다고 느끼는 평균연령은 28세 전후라 한다.


사회초년생이 비싼 월세와 등록금을 낼 형편은 안되니

보통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기 전까지는 가족들과 함께 산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독립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리베르따(libertà)'는 이탈리어로 자유를 뜻한다. 내가 작가명을 리베르따로 지은이유도 모든 종류의 자유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유에 종류가 있다면 가장 큰 자유들 중 하나는 부모로부터 독립한 후 누리는 자유일 것이다. 생에 초반부와 성장기를 함께한 부모가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엄청난데 부모의 부재 그 자체가 주는 자유로움은 어떤 자유와 견줄 수 없이 크다. 물론 큰 자유뒤에는 책임감이라는 비싼 결제대금이 뒤따라온다. 하지만 장점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웃고 넘길 수 있을 정도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독립이란 물리적이거나 경제적인 독립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모의 영향력은 크다. 때문에 거주지를 분리하는 정도나 손을 빌리자 않는 정도로는 독립을 이야기하기에 부족하다. 그건 독립했다기보다 따로 나와 산다고 큰소리칠 수 있는 정도다. 이 상태는 여전히 부모의 도움 없이는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큰 대소사를 결정하는데 온전한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많은 부분을 빼앗긴다.


부모의 언행이 어떤 방식으로도 이전만큼 영향력 있지 않을 때 완벽하게 독립했다 말할 수 있다. 경제 적으로던 정서 적으로던 말이다. 송곳처럼 느껴졌던 독설이 잡음이 되고 마음에 암처럼 남아 세포 하나하나가 파괴되는 것만 같았던 매일이 이젠 아무렇지 않고 평온하게 느껴질 때야 비로소 부모의 손을 끝내 놓을 수 있다.


나는 '두 가지'가 없다면 독립은 없다고 본다. 감정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소거상태일 때, 그리고 현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이 있을 때 부모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워질 수 있다.


감정의 소거상태는 많은 시행착오를 전제로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해 보기도 하고 화도 내보고 어르고 달래기도 해보고, 그 외에 행동을 분석하고 연구해 보기도 하며 질릴 때까지 부딪혀봐야 한다. 일정기간은 신경을 덜 쓰고 내가 하는 일에 집중도 해보고 나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도 가져보며 위 순서들을 열심히 반복하다 보면 타인을 보듯이 객관적인 시각을 갖추게 된다.

하늘 같았던 부모가 동네 아주머니와 아저씨와 다를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감정이 소거되는 상태는 연인관계나 친구관계나 직장 내 상사와의 관계에서 동일하게 진행된다. 경험상 인간관계는 감정을 내려놓고 메마르게 바라보았을 때 높은 확률로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다.


다만 부모라는 관계적 특성상 감정의 힘을 빼기가 조금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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