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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진 Mar 18. 2019

홍콩

중경삼림 그리고

3월은 뭔가 애매한 달이다. 1월은 새해라서. 2월은 또 새해라서. 3월은...... 새 학기 정도?


하지만 더 이상 새 학기가 찾아오지 않는 시기가 되면 더욱 참신한 수식어를 붙이기 어려워진다. 그래서일까. 변화를 주고 싶었다. 3월의 새 학기에 버금가는 변화.


홍콩이라 하면 어릴 적 잘 따르던 선배가 떠오른다. 영화 중에서도 홍콩 영화를 좋아하던. 그 이야기를 하면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던. 신혼여행을 홍콩으로 가게 되었다며 영화의 명소들을 다 둘러보겠노라며 두 손을 불끈 쥐던.


그 이야기를 나누던 때로부터 한참 뒤에서야 나는 홍콩행 비행기를 끊었다. 그때의 선배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나이가 되어서야, 그리고 크게 의미 있을 것도 없는 3월에.


홍콩의 3월은 참 따사로웠다.

바닷바람이 불어오지 않으면, 그리고 햇살이 비추는 날이면 반팔, 반바지가 이상하지 않은. 그리고 왠지 홍콩은 홍에서부터 아주 빨갛고 뜨거운 느낌이 든달까.


밤이면 홍콩 영화도 챙겨봤다.

중경삼림.

아, 홍콩에서 홍콩 영화라니. 이것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게 어디 있을쏘냐.

요즘 세상의 눈으로는 꼭 아이폰 밝음 화면으로 영화를 찍어둔 것 같다. 색깔들이 툭툭 튀어 날아오른달까.


아니. 영화가 툭툭 날아오른다.

파인애플을 좋아하냐며 쓱 내뱉어 보는 그 엉뚱함까지도.

왠지 그마저도 보듬어주고픈 아련함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는 대로 살아가고자 애쓰지만 많은 경우를 우리가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조차 우리의 선택으로 위안한다.

왠지 그런 흐릿함이 배어있다.


그래서 우리의 하루하루는 의미가 없을 것 같으면서도 의미로 완성되는 걸까.

3월에 어울리는 뭔가를 찾은 기분이다.


언제든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은 질문은 굳이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미루고 미루고 미뤄 물어보지도 못한 채 연락이 끊겼다.


그때 그 선배는 어떤 마음으로 다녀왔을까.

난 뭘 보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난 애초에 궁금하지 않았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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