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카라반 한번 보러 갈까?"
결혼 11주년을 맞아 저녁 식사를 예약 해 두었으나, 낮에는 특별히 생각한 일정이 없었던 차에 아내가 던진 제안이었다. 크게 생뚱맞은 제안은 아니었다. 텐트도 없는데 아이들이 캠핑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인근 카라반에서 잘 수 있는 캠핑장을 골라서 한번 다녀왔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한번 알아나 보자'라는 얘기를 종종 해왔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서울 근교에 카라반을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전화로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20~30여 분간 설명을 들어보고, 견적서도 한번 받아보았다. 기왕 나온 거 한군 대만 보는 게 아까워 찾아보니 주변에 다른 회사도 있어서 다시 예약을 하고 방문을 했다. 규모가 훨씬 큰 곳이었다. 그래도 앞 매장에서 한번 귀동냥했다고 뭐가 좋고 나쁜 것인지 어느 정도 판단이 되는 느낌이 카라반을 들었다. 마찬가지로 20~30분가량 카라반 구경을 하고 상담을 받으러 사무실로 들어갔다. 무엇에 홀렸을까. 우리는 덜컥 소액의 계약금을 걸고 저녁 식사 장소로 향했다. 물론 주말까지 생각해 보고, 원치 않을 경우 100% 환불 조건이긴 했으나, 마치 이미 계약을 하고 곧 카라반을 받을 듯한 느낌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는 내내 계약을 하지 말지. 한다면 우리가 본 차량 중 어느 차량을 선택할지 에 대해 논의했다.
그 이후에도 주말까지 많은 고민을 해서 내린 결론은 "구매"였다. 매우 성급한 줄 알았지만, 기왕 살 거면 하루라도 빨리 사서 이용하자는 생각,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카라반이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모델이었음으로 더 알아본다고 해도 크게 선택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결론을 내렸다.
카라반을 보고 난 3일 후, 카라반 사장님께 전화를 했다.
"사장님 저희 아비바 360으로 할게요"
"아 그걸로 하시겠어요? 충분히 생각해 보시고 하세요. 아내분과 얘기 충분히 하신 거 맞죠? 보통 남편 분들이 무리하게 추진하시다가 나중에 서로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요."
"저희는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걸로 해 주세요."
11년을 함께 한 부부의 마음이 합쳐지면 이런 엄청난 추진력을 갖는다는 사실에 서로 새삼 놀라며, 캠핑의 캠 자도 모르는 우리는 카라반을 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