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카라반 한번 보러 갈까?"
연차를 사용한 날 맞이하는 아침은 더욱 여유롭다. 아이들 등굣길을 함께 하고 커피 한잔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결혼기념일이라 저녁 식사를 예약해 두었으나, 낮에는 특별히 생각한 일정이 없었던 차에 아내가 던진 제안이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크게 생뚱맞은 제안은 아니었다. 텐트도 없는데 아이들이 캠핑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인근 카라반에서 잘 수 있는 캠핑장을 골라서 한번 다녀왔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한번 알아나 보자'라는 얘기를 종종 해왔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서울 근교에 카라반을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전화로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창고 같이 생긴 사무실에 들어가니, 널찍한 공간에 카라반이 3대가 전시되어 있었다.
- 전화로 예약하고 왔는데, 저희가 카라반을 처음 보러 와서요. 좀 설명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 네 혹시 미리 보고 오신 모델이 있나요?
- 아니요. 완전 처음입니다. 4인이 탈만한 게 어떤 게 있을까요?
- 아 그럼 이것부터 보시죠.
20~30여 분간 설명을 들어보고, 견적서도 한번 받아보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카라반을 구경하러 온 손님은 여럿 있었다. 대략 설명을 들어보니, 카라반은 크게 수입산, 국내산이 있고, 가격은 수입제품이 좀 더 비싸지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제품의 성능은 좋으나, 우리나라 기후와 지형에는 다소 불리한 점이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러나 그 단점은 국내에서 개발한 옵션으로 커버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왕 근교까지 나왔으니 한 곳만 보는 게 아쉬워 주변에 다른 판매 회사를 검색해 보고 방문을 했다. 규모가 훨씬 큰 곳이었다. 주차장에 수십대의 카라반이 있었고, 출고를 앞두고 옵션을 장착 중인 카라반도 4~5대 있었다. 그래도 앞 매장에서 한번 귀동냥한 덕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했다.
- 저희 차량이 세단인데, 세단으로 견인할 만한 카라반이 어떤 것들이 있죠?
- 요즘 대부분의 카라반이 가볍게 나와서, 이런 종류는 다 세단으로 견인 가능해요.
- 아 그렇군요. 아비바 360 모델을 보긴 했는데, 비슷한 다른 모델도 있나요?
- 네. 이것 한번 보시죠.
마찬가지로 20~30분가량 카라반 구경을 하고 상담을 받으러 사무실로 들어갔다.
- 사실 저희가 오늘 처음 카라반을 알아보기로 한 건데, 만일 구입하면 언제쯤 받을 수 있나요?
- 지금 수입 물량이 많지 않고, 국내 들어오면 옵션 작업 하고, 차량등록 하고 하려면 한 달 정도 걸릴 거예요.
-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 네 요즘 카라반 수요가 급증해서,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그러는데, 중간중간 취소 물량 나오면 좀 빨라질 수 도 있으니, 우선 계약금 내고 어떤 모델로 할지 주말까지 생각해 보세요. 계약 취소하셔도 페널티 없어요.
무엇에 홀렸을까. 우리는 덜컥 소액의 계약금을 걸고 영수증을 받아서 매장을 나왔다. 저녁 식사를 하는 내내 계약을 할지 말지. 한다면 우리가 본 차량 중 어느 차량을 선택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그 이후에도 주말까지 많은 고민을 해서 내린 결론은 "구매"였다. 매우 성급한 줄 알았지만, 기왕 살 거면 하루라도 빨리 사서 이용하자는 생각,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카라반이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모델이었으므로 더 알아본다고 해도 크게 선택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결론을 내렸다.
주말 저녁 카라반 사장님께 전화를 했다.
- 사장님 저희 아비바 360으로 할게요
- 아 그걸로 하시겠어요? 충분히 생각해 보시고 하세요. 아내분과 얘기 충분히 하신 거 맞죠? 보통 남편 분들이 무리하게 추진하시다가 나중에 서로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요.
- 저희는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걸로 해 주세요.
11년을 함께 한 부부의 마음이 합쳐지면 이런 엄청난 추진력을 갖는다는 사실에 서로 새삼 놀라며, 캠핑의 캠 자도 모르는 우리는 카라반을 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