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무계획 여정에는 여러 이슈들이 발생한다.
막상 카라반을 계약하고 난 후에 일주일이 멀다 하고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계약을 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카라반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 잠깐 통화 가능하실까요? 저희도 좀 전에 안 사실인데, 고객님 차에는 견인장치를 달 수 없데요.
- 네?! 그게 무슨 말씀 이시죠? 저희랑 똑같은 차로 견인하시는 분 있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 네 맞아요. 그런 고객님 계시는데, 얼마 전부터 법이 바뀌어서, 이제는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잘못 안내한 부분이 있으니, 원하시면 별도 페널티 없이 계약 취소 하실 수 있습니다. 죄송해요.
- 아 그렇군요. 한번 우선 생각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카라반 선택 시 첫 번째 고려사항이 기존 우리 차를 바꾸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카라반이었기에 다시 처음부터 생각을 해야 했다. 퇴근 후 아내와 얘기를 나눴다.
- 그냥 지금이라도 취소할까? 좀 급하게 추진하거니... 취소하고 다시 처음부터 좀 알아보고 할까? 아니면, 기왕 카라반 계약 했고, 어차피 지금 차도 10년 넘게 탔으니 이참에 차도 같이 바꿀까?
예상치 않은 목돈이 들어가는 의사결정이었기에 이틀정도 심각히 고민하다가, 결국 차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카라반을 알아본 지 3일 만에 계약을 하고, 또 1주일 있다가 차를 바꾸게 된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아내의 지인이 '보이스피싱 당한 거 아니지?'라고 물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여러 큰 결정을 내렸다. 이후 차를 바꾸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었다. 정성스레 관리했던 현재 타던 차를 매각하는 것도 아쉬웠고, 또 새로운 차도 어떤 차종의 어떤 색으로 살지 알아보고 결정해야 했다. 더군다나 카라반이 나오기 전까지 주어진 시간도 그리 많진 않았다. 매일 저녁 인터넷에서 차량을 조회하고, 상의하고 해서 또 한 주만에 차량 계약도 마쳤다.
이후에도 차량등록 시 난관에 부딪혔다. 카라반은 법규상 화물차로 분류되고, 화물차의 차량 등록 시에는 반드시 차고지 증명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했다. 차고지 증명서 발급을 위해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 저는 OOO동 OOO호 주민인데, 차고지 증명서 제출이 필요해서 그러는데 무슨 서류가 필요하죠?
- 네. 어떤 차량이신가요?
- 카라반을 등록해서 주차장에 세우려고 합니다. 크기가 크지 않아서, 주차면에 거의 들어갈 것 같습니다.
- 죄송하지만 카라반은 아파트 내규상 주차 등록이 불가합니다.
- 왜 그런 거죠? 그거 화물차인데요? 아파트 주차장에 보면 간혹 화물차도 많던데요?
- 죄송하지만 입주자회의에서 만든 아파트 내규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인터넷 카라반 커뮤니티의 조언을 얻어, 별도 차고지를 계약하고 그곳에서 증명원을 받아서 차량 등록 시 제출했다. 일주일 단위로 하나를 해결하면, 또 새로운 이슈가 생기고 해결하면 또 생기길 반복되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하필이면 회사업무도 크게 증가하면서, 슬슬 스트레스의 강도가 점점 강해져 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족들과 함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갈 때 느끼는 성취감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