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어떤 일이든 그 가치를 평가할 때 '돈'의 가치로 환산하여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돈으로도 못 산다는 시간'에 대해 논의할 때도 그 시간의 가치가 금액으로 환산하여 얼마인지를 계산하여 그 가치를 평가하고, 직원들의 가치도 연봉과 인센티브라는 돈으로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의사결정을 위한 보고서 작성 시에는 늘 정성적 효과와 함께 정량적 효과를 나눠 작성을 하고, 정량적 효과에 더 큰 비중을 두어 판단하게 된다. 거기에 길들여진 탓인지, 또래 대부분도 사적 영역에서도 새로운 선택 시 정량적 효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카라반을 계약 한 이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도 카라반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보통 대화의 흐름을 이랬다.
- 카라반 얼마야? 엄청 비싸지 않아?
- 이것도 차이니, 차 값 정도 하지. 그래도 새로운 경험도 하고 또 즐거운 추억 많이 쌓을 수 있으니 큰 맘먹고 샀지.
- 그래? 그 돈이면 매달 호텔을 한 번씩 가는 게 낫지 않아? 아니면 안쓰러 때 다른 사람들한테 렌트해주면 본전 뽑을 수도 있나?
여러 차례 큰 의미 없는 무의미한 질의응답이 이어짐을 경험하고, 경제적으로 판단한 것처럼 말하면 상대의 스텐스도 대부분 바뀌고 카라반 금액에 대한 대화는 빨리 종결이 된다.
- 카라반의 감가상각이 보통 일 년에 300만 원 정도 하는데, 그럼 한 달에 25만 원인데, 그 정도면 한 달에 한번 리조트랑 호텔 가는 거랑 크게 경제성이 차이 나지 않고, 물론 텐트 캠핑보다는 비용이 더 들긴 하는데 훨씬 편하게 생활할 수 있으니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지.
- 아 그래? 그렇게 보면 카라반 사는 게 나쁘지 않네.
물론 우리의 카라반 구매는 다소 충동적인 측면이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치 있다'라고 판단한 것을 과감히 행동으로 옮기며, 그 과정에서 경제적인 영향의 비중을 크게 부여하지 않은 점은 지금 돌아봐도 잘한 것으로 보인다. 매번 선택을 그렇게 한다면 경제적인 파산 할 가능성이 있지만, 가끔씩은 중심 된 판단기준에 경제적 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해 보는 것도 삶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카라반 구매를 앞두고 경제적 측면에서 고민하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이번 한 번은 그냥 경제적인 측면에 너무 많은 무게를 두지 말고, 행동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누군가는 비합리적이다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적인 것이 꼭 합리적인 것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