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을 하면 서로가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늘어난다. 우리 가족도 비교적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인데, 일반적인 여행에 대비하여 캠핑은 이 협력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다. 한 번의 캠핑을 가기 위해서는 서로 논의하여 목적지를 정하고 또 음식을 포함해 여러 가지 가지고 갈 것들을 준비해서 짐을 꾸리고, 또 도착해서 세팅을 하고, 이후에 매끼 식사를 하고 잠자리를 준비하고 다시 짐을 꾸려 돌아와서 짐을 풀고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 협력은 필수적인 요소다.
이 협력은 신뢰로 이어지는 좋은 도구다. 서로 협력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매워줄 때 서로에 대한 단단한 신뢰가 구축된다. 이때 결과가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인정해주고 부족한 것들은 서로 보완해 주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실수나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책임을 추궁하기보다는 해결방법을 찾는 쪽으로 협력한 경험들은 가족 간의 두터운 신뢰를 쌓는 좋은 기회가 된다.
실제로 한 번은 캠핑장을 예약하고 신나게 캠핑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 특히 회사일로 바쁜 시기였지만, 서로의 일정을 조정하여 어렵게 잡은 캠핑이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묵직한 카라반을 장착하여 한창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아내가 갑자기 물었다.
"근데 거기 캠핑장 카라반 되는 거 맞지? "
"되겠지. 거기 카라반 사진도 있었어."
"혹시 모르니 한번 전화해 봐야겠다....... 안녕하세요. 저희 지금 예약하고 가고 있는데, 거기 카라반 반입되는 거 맞죠? 네? 안된다고요?......"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오랜 기다림에 가족 모두가 들떠 있었고, 휴일이라서 이제 와서 다른 캠핑장 예약도 어렵고, 무엇보다 카라반을 달고 있기에 쉽사리 행선지를 바꾸기도 어려웠다. 아내는 아이들을 차분히 시키고 10여 분간 이리저리 검색하고 통하여 마침내 새로운 곳을 찾아냈다. 강이 굽이쳐 흐르고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첫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처음 예약했던 곳보다 훨씬 멋진 공간이었다.
가족을 가족답게 해 주는 힘은 신뢰다. 앞으로 캠핑을 하며 만나게 될 여러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경험하며 우리의 신뢰가 더 두터워 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