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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맞는 친환경 건축은?

by 메카보

친환경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건 건축학과에 입학 하고 난 후였다. 2학년때 '친환경건축' 수업을 들으며 놀란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건설업이 기후온난화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다는 점' 이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CO2 배출의 20~30%가 바로 건설과정 발생된다고 했다. 공장 굴뚝에서 매연을 뿜어 내는 것도 아님에도, 건축에 사용되는 방대한 자재들을 제조하고 조달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많은 탄소들이 배출 된다는 얘기였다. 건설업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한 동안 잠잠하던 친환경 건축이 요즘 ESG 와 결부하여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오늘도 반나절 가량 회사 동료들과 서울 근교의 한 친환경 주택 답사를 다녀왔다. 한전으로 부터 오는 전기 없이, 지붕과 벽면에 설치된 태양광 판넬을 통해 생산한 에너지로 건물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자급률이 100% 가까이 되는 곳이었다. 일반적인 주택 대비 2배 가량 두꺼운 벽체와 단열 성능이 강화된 유리, 그리고 긴밀히 연결된 시스템들이 만들어 낸 신박한 결과였다.


그런데 출장을 마치고 귀가하는 지하철에서 강변의 풍경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만큼 친환경적인 건축물이 있을까? 천장과 바닥을 공유하면서 재료와 에너지가 절감되고, 땅도 절감이 되고, 사회적 인프라도 집중하여 설치하면 되는 등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우리 나라 현실에서는 이 아파트 라는 상품이 최고의 친환경 건축물 아닌가? 만일 이 많은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건물을 짓겠다고 가정하면, 얼마나 많은 대지와 건축 재료들과 또 도로, 대중교통 등 사회적 인프라가 추가로 필요하겠는가?"


ESG 테마로 시작된 기업들의 행보가 '고효율화된 새로운 건축물'로 도달하긴 보다는 실질적으로 에너지를 줄이고, 또 우리 사회에도 유익한 방향으로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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