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보물
한강공원은 참 특이한 장소다. 서울의 한복판에 흐르는 엄청난 규모의 강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를 통과해야 한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늘 통행량이 무척이나 많은 도로들이다. 복잡한 도로를 넘어서면, 고요한 한강 공원이 나온다. 반전이 주는 매력 탓일까. 한강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은 또 다른 분위기다.
한강의 여러 곳 중 내게 가장 매력적인 곳이 '잠수교'다. 상당히 몽환적이다. 물위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한강의 대교들과는 달리, 경사도 있어서 걷는 기분이 묘하다. 또한 반포대교가 지붕 역할을 하기 때문에 뭔가 아늑한 느낌도 있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중간중간 정차를 하고, 야경을 즐긴다.
달밤에 한강 공원을 가 본적 있는가? 한강의 낮의 풍경과 밤의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밤 11시경 한강의 풍경은 생경하다. 잔디에 앉아 함께 즐거운 시간은 보내는 이들, 무리를 지어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이들,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이들,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까지. 내가 달밤에 한강을 달리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풍경들이 주는 생동감 때문이다. 달리면 스쳐가는 풍경들을 구경하다 보면, 이런다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게 중에는 낮에 고민했으나 답을 찾지 못한 생각들도 많다.
머리 속에 쑥 들어와 버린 것이 고민임을 인지 한 순간 되도록 아무 생각도 안하려고 의시적인 노력을 가한다. 생각을 의식적으로 안하는건 참어려운 일인데,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뛰면 자연스레 별 생각이 없어진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뇌에게 주는 일종의 휴식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뇌의 휴식 거친 숨이 안정을 찾을 때쯤에는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솟구친다. 온 종일 일에
치여 녹초가 된 하루라도 되도록 뛰어보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