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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Nov 22. 2019

아빠들의 취미생활

미얀마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 중에는 한국에 가족들을 두고, 홀로 이곳에 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아무래도 퇴근 후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자신 만의 취미생활을 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나 역시도 1년만 이곳에 머물 계획이었기에, 가족들과 잠시 떨어져 지내기로 했다. 처음 미얀마에서 주말을 맞이했을 때 놀랐던 점이,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더니 쉬는 직원들의 90%가 골프웨어를 입고 나타났다.


"다들 골프 치러가시나 봐요?"

"어. 여기서 할게 이거밖에 없어. 여기는 엄청 싸니까. 여기 있을 때 많이 치는 게 무조건 좋아. 너도 갈래? "

"아...... 그냥 가면 되는 건가요? 저 오후에 다운타운 좀 가보려 했는데......"

"어. 우리도 오전에 다 끝나. 골프채 있지? 예약도 필요 없으니 그냥 가자. 1층에서 보자고."


차장님과 몇 마디 대화 끝에 갑작스레 골프장에 동행하게 됐다. 주말임에도 18홀에 5만 원만 내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무더위 속에서 반나절을 공과 씨름하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졌고, 매일 일 얘기만 하던 직원들과 다른 주제를 두고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간 쌓인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됐다. 샤워를 하고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이런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 새로 생긴 한식집 가서, 대구탕 시원하게 먹고, 그다음은 당구 어때요? "

"좋지. 그럼 진 팀이 저녁 사는 걸로. 콜?"

"콜!"


아침 7시에 숙소에서 출발했는데, 결국 점심 먹고 당구치고 또 저녁 먹고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저녁 7시였다. 상당한 피로감이 몰려왔으나, 숙소 의자에 앉아 오늘 하루를 되돌아봤다. 참 귀한 주말 하루의 시간이 훅 지나가버린 것에 대한 허탈한 마음을 달래고자 이런저런 고민을 해봤다. 왜 이 아저씨들은 골프를 이렇게 좋아하는 것인가? 주된 이유는 홀로 타지에 나와 지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도구로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보였다. 평일 낮에 정신없이 업무 할 때는 모르지만, 홀로 밤에 숙소에 누웠을 때 마주하는 외로움은 한국에서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컷다. 그러다 주말에 홀로 있게 되면 그 감정의 깊이는 더 깊어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큰 부담 없이 만나서 시간 보내기 위한 도구로 '골프'를 치는 게 아닌가 싶다. 골프는 중년의 남성들이 큰 신체적 부상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고, 의외로 운동량도 상당하다. 또한 함께 라운딩하는 사람들과의 대화할 시간도 많기에 중년들에겐 매력적인 스포츠이다. 


 또한 고급 스포츠로서 갖는 상징성도 한 몫했다. 국내에서 골프는 고급 스포츠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훨씬 더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누구나 쉽게 즐기기는 어려운 운동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국내의 1/5 정도 되는 비용으로 즐길 수 있으니,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 특히 해외 수당까지 두둑이 받고 있는 상황이니, 이 정도 비용은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선물 정도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다 한다고 해서 꼭 해야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 한국에서 보다 골프치기 좋은 여건인건 맞는데, 한국에서도 못쳤던게 아니라 한국에서도 안쳤던 골프를 굳이 여기서 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집 떠나와 겪는 외로움이 이런 운동으로 극복안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골프가 흥미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골프같은 정적인 운동 보다는 축구나 달리기, 등산처럼 활동량이 많은 운동을 선호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남들 다 하는 골프보다는 근교 여행을 하며, 보다 많은 미얀마 사람들을 만나보기로. 


한국의 1/5 가격 수준으로 즐길 수 있는 미얀마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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