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업무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현지인들과의 소통이다. 기본적으로 언어가 문제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만, 양측 모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영어로 변화하고 또 모국어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되는 경우가 잦다. 뿐 만 아니라 단순히 언어적 소통을 넘어 정신적인 소통도 중요한데 이건 더욱 어려운 문제다. 해당 국가의 전반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또 세대별 차이도 고려해야 하며 추가적으로 각 개인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얼만큼 현지인들과 협업체계를 잘 구축하는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패가 갈린다. 이번에도 본격적인 업무 착수에 앞서 함께 일할 현지인 직원을 소개 받았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상당히 똑똑한 직원이라고 했는데, 실제 보기에도 당찬 눈빛을 가진 직원이였다. 어떻게 한 팀으로 호흡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주변 다른 팀들을 둘러보니, 팀운영을 하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 타입이 있었다. 하나는 한국인이 메인 업무를 진행하고 현지인들은 서브 업무만 진행하는 방식. 또 다른 하나는 현지인들도 한국인과 동일한 수준의 권한을 갖고 분업해서 일하는 방식이였다. 각 부류의 팀장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그렇게 운영하게 된 나름의 이유들이 있었는데, 우리 삶의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듯 정답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 고민이 됐다.
'일을 하나 하나씩 알려주고,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역할을 때어 주는게 맞나?'
'일 알려주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니, 단순 보조 업무를 시키는게 맞나 ?'
어짜피 2주 정도는 업무 착수 전 준비를 하기로 계획했기에 조급해 하지 않고 시간을 좀 두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가벼운 티 타임을 갖다가 미얀마 관련 책을 읽고 싶어 가까운 서점의 위치를 물어 봤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잠시 후 긴 메모를 건내 주었다. 메모에는 서점의 상세한 위치 뿐 아니라 내가 관심있어 할 것 같은 책의 목록까지 적혀있었다.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했는데, 사소한 일에도 열의가 있는 모습을 보면서, 주체적으로 일 할 수 있도록 업무를 추진해나가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 날의 판단을 옳은 것이였다. 초반에 업무 전반에 대한 설명, 그리고 함께 공동으로 작업을 하며 손발을 몇 번 맞추고, 일부 업무를 떼서 분업하여 진행하였는데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 무리없이 업무가 잘 진행되었다. 보조적인 업무를 하는 직원들에 비해 스스로 얻은 성취감도 높아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젝트가 끝난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진정한 동료로 지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책임과 권한을 조정한 것은 참 잘한 일이였다고 생각된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사실 애초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문제였던 것도 같다. 미얀마인이건 한국인이건 바라는 바는 같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