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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Jan 05. 2024

아이들에게 ipad 사줄까? 말까?

 아이들에게 내가 몇 년간 썼던 오래된 아이패드 한대를 주었다. 전자제품이라는 게 오래되면 다 그렇듯 속도도 느리고 가끔씩 원인 없이 튕겨 나올 때도 있지만,  둘이서 사이좋게 번갈아 가며 군말 없이 몇 년간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해서 새것으로 하나 사줄까 말까를 두고 아내와 며칠간 고민을 했다. 온종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또래가 많지만, 아직까지 휴대전화도 스스로 통제하며 쓰는 모습에 일부 신뢰가 쌓이기도 했으나,  태블릿 PC는 휴대전화처럼 꼭 있어야 되는 물건도 아니고, 유익한 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큰 물건임을 잘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되었다.


 유익한 점 중 하나는 좋은 교육용 App이나 자료들이 넘처난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는 크기가 작아 오래 보기 다소 불편할 뿐 아니라, 여러 전화나 메신저가 연결되어 있어서 집중도를 흐트러뜨리기 일 수있은데 반해, 태블릿 PC는 휴대전화와 분리되어 사용이 가능하고, 또 시청각 자료들의 직관성은 기존의 지류형 교재에 대비해서 접근성이 매우 좋다. 물론 요즘 교과서만 봐도 예전에 비해 사진 설명도 훨씬 강화되고, 역사 교과서도 스토리들이 많이 담겨 훨씬 재미있어졌지만,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모르는 부분을 확인하면서 찾고 지식 영역을 확장하는 면에 있어서는 오프라인 서적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손쉽고 빠르다. 정보의 접근뿐 아니라 그림도 그릴 수 있고, 간단한 이미지/영상 편집도 되니 여러 모로 장점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단점 역시 크다는 것이다. 먼저 시력이 손상될까 봐 그 부분이 염려되었다. 종이로 책을 보는 것보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거리가 있는 TV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태블릿 PC를 이용할 경우 눈 피로도를 더 많이 유발할 것으로 보였다. 또 온종일 이걸 붙들고 사는 것 아닌가 싶은 걱정도 됐다. 현재 아이들이 가진 휴대전화는 성능이 좋지 않아, 재미있는 게임이 많이 설치되지도 않는데, 태블릿 PC에서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육아 TV 프로그램에 종종 등장하는 온종일 게임에 빠져서 지내는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의 걱정이 나의 걱정이 되는 것 아닌가 싶은 우려도 들었다.


 그래서 고민을 며칠간 하다 보니, 사실 이러한 장단점은 어른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서도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쥔 스마튼폰으로 전 세계의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엄청난 물건이지만, 누구에게는 득이 또 누구에게는 독이 되는 것처럼 결국 스스로 어떻게 사용하느냐, 즉 자기 통제가 관건인 것이다. 물론 아이들의 경우 성장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어른들에 비해 충동성이 강할 수도 있고, 의지력이 약할 수도 있으니 이런 부분을 좀 도와주기만 하면, 자기 통제력을 함께 키워 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에 관련해서는 이미 여러 육아 프로그램이나 서적을 통해 다양한 이론들이 나왔지만, 내 아이의 성향에 맞는 것을 찾으려면, 결국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봐야 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스트리트 파이터가 나왔다. PC게임이나 비디오게임 할 것 없이, 엄청나게 많은 게임들이 쏟아진 시대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아이들에 비해, 학원도 덜 다녔기 때문에 게임을 할 수 있는 자유시간도 훨씬 많았다. 또한 부모님도 크게 잔소리를 하시는 성향이 아니었기에 게임을 하고 싶은 만큼 언제나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진 않았었다. 단서를 찾으려 어릴 적 쓴 일기도 찾아보며 당시 기억을 되짚어 봤다.


 먼저 가족 모두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려 노력했다. 그때는 주 5일 제가 아니었다. 평일에도 야근이 많고, 토요일에도 근무를 하던 시절이었다. 어찌 보면 그런 탓일지 시간이 생기면 늘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던 것 같다. 평일 저녁에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하고, 토요일 퇴근 시간에 맞춰 부모님 직장인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고, 식사하고사우나도 갔고, 휴일에는 서울 근교  여행도 많이 다녔던 기억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의 큰 노력이 있어야 하는 일들이었다. 지금 주 5일제가 정착된 사회에서 주중에 쌓이는 피로로 주말에 쉼 없이 보내기 어려운데, 쉼에 대한 유혹은 뒤로 하고 새로운 활동들을 하기 위해서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마음뿐 아니라 강한 실천 의지가 있어야 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신뢰였다. 어릴 적 부모님이 자주 하신 말씀 중에 하나가 "놀 땐 놀고, 할 땐 해라"였다. 놀 때는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 주셨다. 동생이랑 내가 협의해서 비디오 게임팩이나 PC게임 타이틀을 고르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사 주셨다. 그것을 알기에 우리도 스스로 너무 자주 요청하진 않았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겠지만, 서로가 그렇게 신뢰를 쌓고 움직였다. 또한 게임 시간을 두고도 "그만해라"는 말씀을 거의 하지 않으셨다. 그렇기에 동생과 나는 알아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 몇 시까지 혹은 몇 판을 하자고 정해두고 게임을 시작했었다.


세 번째는 모범이었다. 부모가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은 자녀들에게 큰 영감이 된다. 특히 정한 목표를 성취하고자 기본적인 욕구들을 뒤로하고 매진하는 모습은 백 마디 말보다 훨씬 파급력 있는 교육이 된다. 한 예로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부모님이 갑자기 책을 쓰시겠다고 했다. 퇴근 후 저녁에 TV를 즐겨보셨었는데, 집필 기간 동안에는 일절 TV를 보지 않으시고 저녁에 책상에 앉아한 동안 계속 책을 쓰시던 모습을 보며, 우선순위와 절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제삼자의 목소리 었다. 같은 소리라고 해도 가까운 이들에게 들으면 잔소리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자주 “너 게임 그렇게 많이 하면 눈 나빠져.”라고 아이들에게 말해도 아이들은 ‘게임 그만하라는 말’이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인 채, ‘게임을 많이 하면 시력이 손상된다’라는 문제 인식은 잘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보게 되는 다큐멘터리에서 그런 소식을 접한 다면 새로운 발견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어릴 적에 신문이나 인터넷의 정보를 프린트하여 자주 전달해 주셨다. 그것을 읽어보라고 하시 긴 했으나, 안 읽었을 때 별도의 푸시는 없었다. 그런 자율적인 환경에서 가끔씩 자료들을 읽게 되면,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생활 형태나 습관들을 자발적으로 바꾸려는 의지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주말에 이런 생각들을 정리해 보니, 새삼 다시 한번 부모님께 감사한 생각도 들고, 아이들의 노력 만큼이나 부모인 내가 해야 될 숙제꺼리들을 잔뜩 껴 않게 된 기분이다.

삶의 대부분의 문제가 그런듯 이 문제도 생각해 보니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아이패드는 결재하였다. 우리 아이들에게 독이 될 것인지, 약이 될 것인지 노력하며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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