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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Jun 18. 2023

유전자와 신뢰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들은 유전자의 힘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눈, 코, 입과 같은 외모는 물론이고, 걷는 모습, 자는 모습, 또 희한한 버릇뿐 아니라 좋아하는 음식과 사물에 대한 취향 등등 삶의 전 영역에서 이 유전자의 힘이 드러난다. 중고등학교 친구들의 가족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친구들의 어린 시절 행동들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자녀들을 보며 웃음이 나기도 한다. 유전자의 힘은 참 대단하다.


 한 달여간 이 유전자에 대해 책도 읽고 또 그동안 지닌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니,

 '나와 아내는 아이들에게 어떤 유전자를 주었을까? 그리고 그 유전자를 가지고 아이가 하기 좋은 일들은 무엇일까? 너무 그런 고민 없이 여느 아이들처럼 수학과 영어 학원을 다니며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찰나에 우리나라 최대 우리나라 최대 사교육 회사인 M사의 대표 영상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안타깝지만 입시의 80% 이상은 유전자로 이미 결정된다. 어쩌면 80% 이상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어떤 가이드를 주기 전에 부모로서 스스로 자신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가 가지는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릴 적 좋았던 기억과 또 안 좋았던 기억들도 애써 떠올려 봤다. 물론 30년 전의 정확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불가하다. 그래서 일기를 뒤져봤다. 내가 지금 자녀의 나이또래일 때  썼던 일기를 읽어보니 글씨도 기억도 낯설지만 당시의 생각들을 인지하기에는 충분했다. 일기 속의 나에 비하면 지금의 자녀는 훨씬 성숙한 아이인데, 그동안 나물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이후 자기 전에 몇 번 내가 자녀와 같은 나이에 썼던 일기를 읽어 줘 봤다. 심지어 일기장 밑에 선생님이 적어주신 코멘트도 함께 읽어줬다. '일기를 좀 길게 써보는 건 어떨까?', '글씨를 조금 더 신경 써서 바르게 써 보면 어떨까?', ' 일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쓰는 게 좋단다.' 등 과거 아빠가 받은 코멘트에 아이들 매우 즐겁게 반응했다. 그리고 말은 안 하지만, 내심 아빠보다 낫다는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다가 다시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나중에 우리 아이들에게 '아빠는 40살에 이런 생각을 했었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처럼, 부모님께 받은 유전자를 기반으로 부모 세대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살아가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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