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하늘을 보면 슬퍼지는 이유. 저녁 하늘, 20160627
80/365-에일리[Invitation-저녁 하늘],20150627
-
저녁 하늘을 보면 슬퍼지는 이유
어떤 날이든 저녁 하늘은 못 올려보는 습관이 있어
온 세상이 날 떠나는 듯한 이상한 이 기분이 싫어
-에일리, 저녁 하늘
저녁 하늘을 보면 슬퍼지는 이유는 슬플 때 저녁 하늘을 봤기 때문이다. 슬플 때 저녁 하늘을 본 기억은 무의식에 깊이 자리를 잡고, 저녁 하늘이 어두워져 밤이 오면 모든게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완전히 밝은 낮도, 완벽하게 어두워진 밤도 아닌 변화무쌍한 저녁 하늘은 참 사람들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결코 혼자 있지 않지만 혼자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바쁜 일상에서 한숨 돌릴 때 비로소 하늘을 볼 여유가 생긴다. 바쁜 일상을 끝내고 바라본 하늘은 대낮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붉게 물든 모습을 하고 있다. 하늘을 보면서 지나간 시간을 체감한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냈구나,하면서. 이렇게 불안정하면서도 때론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저녁하늘은 변화무쌍한 그 모습만큼 사람들에게 각각의 아련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나는 이상하게도 저녁 하늘을 보면 가족들이 생각난다.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기면 가족 생각이 나는 것이다. 저녁 하늘은 일을 핑계로 집중했던 내 삶에서 잠시 멈춰 눈을 돌려 쉬게 했고 잊었던 가족들을 떠올리게 했다. 무엇보다도 고개만 올려다 보면 같은 하늘을 볼 가족들에게 너무 무심했나, 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가족 생각이 나는 순간, 그들이 언젠가 갑자기 내 곁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 잡는다. 떨어져 있어야 소중함을 느끼는 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소중함이 불안감으로 끝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안감이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하게 느끼게 하면 모를까. 어쨌든 그들이 언젠가 '떠날 것 같은' 느낌은 나에게 사람을 만날 때 마음을 반쯤 계산하고 주게 하는, 내가 참 싫어하는 행동을 반복하게 했다. 오히려 순간을 더 소중히 여겨 더 많이 사랑을 해도 부족한 시간일텐데.
에일리의 '저녁 하늘'은 김이나 작사가가 작사했다. 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그냥' 저녁 하늘이 싫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문득 그녀가 저녁 하늘을 싫어하게 된 계기를 발견했다. 이혼한 부모님의 환경 탓에 가끔 엄마가 귀국하면 김이나 작사가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한다. 당시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하는 비행기가 그때밖에 없었던 지, 아니면 김이나의 어머니가 그 시간대 비행기를 제일 좋아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김이나 작사가 어머니의 출국 시간은 대체로 오후 네다섯시 쯤이였다고 한다. 김이나 작사가는 엄마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항상 해가 막 지기 시작하던 하늘을 보았다. 반복되는 이별, 그리고 저녁 하늘. 그 기억은 김이나 작사가의 무의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쳤고 저녁 하늘이 싫고, 무서워지는 순간까지 오게 된 것이다. 김이나 작사가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곡에 담았다.
이 곡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그 이유는 곡 이름 그대로 '저녁 하늘'이여서 인 것 같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지친 일상을 끝내고 퇴근 길에 차창 너머로 올려다 봤을 '저녁 하늘'이기에. 그래도 저녁 하늘을 보면서 떠오르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가 일상에만 치여있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일상에 치여살다가도 잠시 숨을 고를 시간에, 저녁 하늘이 하늘에 떠오르는 시간에, 소중한 사람의 얼굴이 머리 속을 다시 채울 때 결국 혼자 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니까.
음악을 듣고 생각을 담는 음악에세이를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어요.
음악과 함께하는 많은 분들과 음악에세이를 새롭게 써나가고 싶습니다!
http://blog.naver.com/creathank/220747705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