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지 않는 곳으로. Peter Pan ,2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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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지 않는 곳으로
나는 스무 살이 되면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열아홉 살과 스무 살의 차이는 12시 사이를 바꿔놓을 1초라는 시간이었을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1초 사이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진 않았다. 시간도, 사람도 그 1초 사이에 무언가가 변하진 않는다. 다만 허용되는 범위를 다르게 보게 될 수는 있는 것 같다. 스무 살이 되면,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고-, 이런 생각에 기대감이 차오른다. 정작 스무 살이 되면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바라보지는 못한 채. 할 수 있는 만큼 '책임'이라는 단어가 따라온다는 것을 기대감에 가려 보지 못한다.
스무 살이 된다고 완전히 새로운 생활이 생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스무 살이 된다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왜 스무 살이 되면 이제 '어른이니까-'라고 생각했던 걸까. 나 스스로도, 주변 사람도 결코 어른이라는 단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 1초 만에 어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20대에 들어서는 순간 그 단어를 선물인 척 내민다. 이것 참, 그런데 계속 듣다 보면 어느새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른'이라는 단어를 버겁게 느끼는 사람들이 참 많다.
"어른이니까- 스스로 이겨내야지, 책임져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봤다. 어른이 그런 것이라면 난 평생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말하지만 주변에서 '어른스럽다'라는 말을 내게 참 많이 한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는 그 단어가 참 듣기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온 이후에 그 단어가 조금은 슬프게 들리기도 했다. 내가 너무 빨리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 슬프다고 아는 언니께 듣기까지 했었다. 글쎄, 생각해보니 '어른스럽다'는 단어가 '어른이니까'라는 단어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어린 왕자를 다시 꺼내 읽었고, 피터팬을 책장에서 꺼냈다.
피터팬
Take me to Neverland
어른이 되지 않는 곳으로
웃음이 멈추지 않는 곳으로
피터맨
Let me fly with you
언제든 날 수 있는 곳으로
영원히 꿈꿀 수 있는 곳으로
-핫펠트, Peter Pan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명인 예은. 그녀는 가수 그 이상으로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던 사람이었다. 롤모델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있던 시기에 예은은 롤모델이었다. 핫펠트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첫 솔로 앨범이 바로 'Me?'다. 작곡가들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JYP 퍼플리싱에 등록된 첫 번째 JYP 가수다. 핫펠트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부터'라는 의미를 가진 예명이다. 한 귀에 꽂히는 단어는 아니지만 음악에 대한 그녀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예은은 11살 때부터 나이 먹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항상 아이로 남고 싶었던 예은은 '피터팬'이라는 존재에 참 많이 빠져 들었다고. 예은은 이 곡을 쓰기 전 아침에 일어났는데 문득 나라는 존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힘든 시기를 겪었을 때 'Take me to the Neverland'라는 가사가 나왔다. 꿈꿔왔던 것과 다른 현실을 봐버렸기 때문에. 그래도 예은의 앨범을 찬찬히 둘러보면 역시, 따뜻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곡은 EDM(Electronic Dance Music)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Wherever Together'와 불치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만났던 팬을 추모하는 곡 다운(Nothing Lasts Forever)이다. 참 다른 방식으로 따뜻한 두 곡.
음악을 듣고 생각을 담는 음악에세이를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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