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365-짙은, 백야

백야, 알 수 없는 여행, 20160716

by 마인드가드너

86/365-짙은 [백야], 201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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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알 수 없는 여행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카페 사장님은 자신이 꾸린 카페의 곳곳에 애정을 심어 놓으셨다. 카페 곳곳에 있는 책들은 사장님이 아끼는 것이 무엇인지 내게 넌지시 알려줬다. 시집과 영화 포스터, 라이언 맥긴리의 포스터에게 벽의 자리를 내어준 사장님을 보면서 소박하지만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이유 없이 공간을 채워 넣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자연스럽게 공간에 흔적을 남기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좋아 그 카페를 자주 찾는다. 최근 카페 책꽂이에서 꺼낸 책을 읽다가 영업시간이 끝날 즈음에 다시 제자리에 정리하고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음악을 바꿔 트신 후 컴퓨터로 선을 스피커에 연결하셨다. 그리고 나와 친구에게 하신 말, "뮤직비디오 보고 갈래요? 신청곡 있으면 말해요."

그리고
"스피커 소리가 좋은 곡은 이 자리예요."

그래서 나와 친구는, 사장님과 사장님의 지인과 마주 보며 뮤직비디오를 함께 봤다. 각자 좋아하는 곡들을 나눴다. 뮤직비디오를 다섯 편정도 보고 난 후, 이번에는 사장님께서 카페 한쪽에 쌓아두신 앨범 중에 하나를 자신 있게 꺼내 오셨다. 바로 박정현의 1집이었다. 다음으로 만난 곡은 '짙은'의 노래였다. 이미 그날 '짙은'의 노래를 재생목록에 추가해 들었던 나였지만 스피커에 온전해 집중해 듣는 그의 목소리는 달라도 정말 달랐다. 가끔씩 콘서트에서의 큰 소리가 몸에 진동을 주는 것처럼 음악이 나를 압도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날 짙은의 노래가 그랬다. 가사에 온전히 집중해 음악을 들었다. 흔한 것 같지만 결코 쉽게 가질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알 수 없는 여행
밤이 찾아와도 어둠이 내리지 않는
이 꿈같은 곳으로 널 데려온 거야.
빛나는 하늘과 떨리는 두 손과 -짙은, '백야'-

'알 수 없는 여행', 가끔씩 사람들은 꿈같은 세계로 여행하고 싶어 한다. 반복되는 일상을 잊게 할 다른 장소를 꿈꾼다. 20살이 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고 새해가 되면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 같지만 항상 바람처럼 되지는 않듯, 학기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 것 같던 나도 사실 많은 것이 바뀌지는 않았다. 나도 곧 일상에 적응해갔다. 하지만 일상에서 문득 지겨워질 때나 변화를 만나고 싶을 때 꿈같은 장소가 떠올랐다. 최근에 내게 가장 꿈같은 세계처럼 느껴진 장소는 '우유니 사막'이었다. 남미를 자유여행하는 친구가 보내준 사막의 사진은 내게 사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버렸고 그와 동시에 하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말 그대로 내게는 환상적이고 꿈같은 장소였던 것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여행'을 직접 하고 있는 친구가 보내준 살아있는 사진이었다. 지구의 어딘가에서는 동시에 나와 함께 숨 쉬고 있는 장소인 것이다. 지평선까지 별이 쏟아질 듯 가득한 그곳이 자꾸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생각났다. 나는 내가 알던 밤과는 전혀 다른 우유니 사막의 밤을 전혀 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백야'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여행, '백야'가 존재하는 곳으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생각이 많아져서 떠올린 장소일지도 모른다. 장소를 떠올렸지만 끝은 막막함으로 도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생각에 잠기다가 가끔은 막막해지는 그런 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여행'이라는 단어를 계속 떠올리고 있다는 것은 떠나고 싶은 내 마음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럴 땐 마음을 달래주는 짙은의 '백야'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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