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넥스랩A2 1611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바뀐 건 사실이지만 내 감각에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무언가는 없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실제로 체감하고 있다. 사내 프로덕트에 알고리즘을 도입한 이후 조직 리더 분이 "많이 자동화 됐는데 거기 사람이 그렇게 필요해요?"라는 얘기를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팩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리 없다고 엄청 소름돋는 발언이다. 인공지능이 진화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많은 예상들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경험하고 있다. 다른걸 차치하고서라도 일하는 방식만큼은 분명히 달라졌다.
한 조직 내에서 이 정도의 변화를 불러온다면 사회 전체로 확장했을 때는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변화가 생길까? 변화의 너비는 물론이고 그 깊이도 상당할 것이다. 이전에는 없던 인공지능 윤리가 생겨날 것이다. 저작권은 모든걸 뒤엎어야 한다. 저작권법의 기본이 되는 '저작물’의 정의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 그러나 벌써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작품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작물의 정의 자체를 바꿔야 한다.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해 경이와 두려움이 섞인 묘한 감정을 느끼는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하라리의 글에도 나오는 authority라는 단어다. 정치학에서 authority는 피대상자가 자발적으로 부여함을 일정 부분 내포한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 대해 내가 authority를 갖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해당 분야의 권위자에서 지인으로, 또는 다수의 대중으로 authority를 부여하는 대상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인공지능에 부여하는 authority는 내가 데이터를 주고 그에 따른 결과에 부여한다는 점에서 다른 것과는 차이가 있다.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진화에 끝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목적을 부여한 알고리즘은 그 목적에 맞는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한 끊임없는 경쟁을 한다. 단 1%라도 더 좋은 결과를 내는 로직만을 채택하고 다른 것은 버린다. 또다른 로직이 나오면 다시 경쟁해서 승자를 채택한다. 이렇듯 한계점을 설정하지 않는 이상 끝없는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인공지능의 한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인공지능 갭 문제 역시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회사 안에서도 관련 기술을 가진 부서, 해당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사람들에게로 이미 헤게모니가 넘어갔다. 그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표현했을 때 하수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결국 어떤 선택점에 놓일 것 같다.
#What We're Reading
1) Yuval Noah Harari on big data, Google and the end of free will
https://www.ft.com/content/50bb4830-6a4c-11e6-ae5b-a7cc5dd5a28c
2) Million-dollar babies
#트레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