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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깥 Mar 07. 2017

감정을 '알게'된다는 것..

트레바리 임팩트 1610 <공감의 뿌리> by 메리 고든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본 일이 이번만큼 많았던 적도 잘 없었던 것 같다. 찔리는 순간은 아프지만 몸에는 좋은 주사처럼 '공감의 뿌리' 역시 곳곳에서 아프게 찔렀지만, 내용을 곱씹다보면 어느새 살살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나는 관계지향적인 사람은 아니다. 표현하는 것도 서툴다. 타인에게 피해주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다. 나만의 사랑법이라 매번 포장하지만 내가 아끼는 사람들한테는 더 까칠하다. 한마디로 인생 피곤하게 사는 유형이다.

어떤 전환점이 있어서 바뀐 것은 아니고 어릴 때부터 늘 그래왔다. 그러면서 나는 '왜 이럴까’라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다. 답은 늘 비슷했다. 보수적이고 조용한 가정환경, 주변의 기대가 주는 무게 등이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 그렇듯 내게 부족한 부분이 그렇게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이야기한다. 공감 교육을 통해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게’된다고. 내게는 충격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런 감정들이 서툴거나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던 것 같다.

어린시절 내가 감정을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은 어른들과 친구들이었다. 지금에 와서 느끼지만 어른들의 감정이란 감정 그 자체로 순수하기보다 여러 사회적 맥락이 녹아 있고, 오묘한 늬앙스가 섞여 있다. 친구들이라 해봐야 제대로 감정을 알기 어렵다. 그러니 사실상 감정의 본질을 알지 못한 채 감정을 표현하는 표면적인 것들만 익혀왔던 것이다. 본질을 놓친 감정의 표출은 어딘가 균형을 잃고 삐그덕거린다. 왕따, 학교폭력, 일탈, 범죄, 작게는 일상의 폭력들.. 많은 부분들이 이 지점에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아기의 감정은 솔직하다. 절대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어도 어떤 감정의 근원에 가장 가까울 것이란 생각은 든다. 그 감정을 살피고 느끼고 공감하면서 비로소 그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 공감교육이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사회 곳곳에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겠다는 믿음은 생긴다.

물론 어떻게 적용할지의 문제는 남아 있다. 똑같은 방식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공동체의 부활을 외쳐야 할까.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논의할 어젠다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점이다.



#What We're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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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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