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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모 May 30. 2020

데드 돈 다이(Dead Don`t Die) 리뷰


데드 돈 다이는 73회 에든버러 국제영화제(베스트 오브 더 페스트)에서 수상한 미국의 좀비 영화다. B급 장르의 대표라고 불리는 좀비물은 어느덧 제법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부산행이라는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인기를 얻게 되었다.



관심도가 높아지는 만큼 좀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 영화에서 데드 돈 다이를 검색해보면 관람객 평균 6.7점, 네티즌 평균 4.6점, 기자·평론가 평균 7점을 기록하며 일반인과 평론가의 평점 차이가 제법 크다. 보통 관람객·네티즌과 기자·평론가 평점이 나뉘게 되면 영화의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차이를 보이곤 하는데, 당장 영화 검색만 해보더라도 기사나 평론가들의 글에서는 영화의 작품성과 사회적 풍자·비판에 중점을 두며 칭찬하는 내용이 많다. 반면 네티즌들의 평가를 보면 “짐 자무쉬의 영화가 아니면 끝까지 보지 않을 영화”, “이 영화를 본 내가 10점을 받아야 한다” 등 비판적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데드 돈 다이는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잡아내지 못한 영화란 걸까?



데드 돈 다이는 어떤 영화?

주간경향의 정용인 기자가 쓴 ‘데드 돈 다이-컬트 독립영화감독이 만든 좀비 영화를 보면 “확실히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패션, 기타, 커피를 좀비들이 말하고 돌아다니는 것이나, 이 중앙마을의 몰락을 밥의 내레이션으로 표현하는 것은 마치 게으른 사진작가가 자신이 담으려는 잔혹한 사건을 시위자들이 들고 있는 피켓 문구를 찍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짐 자무쉬 스타일로 좀비 장르를 재해석했다든가 오마주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신의 사단 배우들과 함께 킬킬거리며 장난삼아 핼러윈 파티 상영용 비디오 영화를 찍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라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필자도 비슷한 의견인데, 넷플릭스에서 데드 돈 다이를 한두 번 쉬어가며 관람했다. 초반부의 지루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 번, 지루하게 늘어지는 진행에 중간에 한 번 정도 쉬었던 것 같다. ‘좀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영화 속 사회 풍자

영화 라디오에서 좀비가 발생하는 원인은 지구의 자전축이 멈추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극지대의 수압 파괴 시추 공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정부와 회사 측의 발표를 잇따라 전한다. 이처럼 영화는 환경파괴에 대한 위험성과 이를 막으려는 사회를 비판하면서 좀비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좀비 영화에서 좀비들의 역할은 대개 사회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다. 드라마 킹덤에서의 좀비는 먹을 것 없어 굶주려 죽어가던 백성들의 분노를 보여주었고, 부산행의 좀비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행동하는 일반 시민들의 행동을 보여주었다. 특히 좀비의 가장 큰 특징은 큰 무리라는 것에 있다. 좀비가 되어 ‘커피’, ‘초콜릿’을 외치며 그들이 자주 가던 곳을 털어간다거나 “패션”이라 말하면서 포즈를 취하는 좀비의 모습은 물질만이 중요시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소비 행태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지역 차별이나 오리엔탈리즘, 인종 차별, 백인 우월주의 등 사회비판과 풍자 요소가 곳곳에 베여있다.



영화처럼 짜인 대본이 있다

장례 일을 하는 하얀 얼굴에 금발을 한 백인 여성이 유독 눈에 띈다. 우리에게는 설국열차의 메이슨으로도 알려진 ‘틸다 스윈튼’이다. 그녀는 모종의 임무를 받은 것처럼 보이며, 이를 완수하고 마침내 지구를 떠나는 것처럼 묘사된다.


영화의 끝에 이르러 빌과 로니의 대화를 보면 마치 대본을 받아 대본대로 영화를 찍고 있는 듯한 뉘앙스로 대화를 하는데, 모든 대본을 다 읽었다는 로니가 유일하게 몰랐던 존재가 젤다(틸다 스윈튼)였다.


로니: 실은 대본을 다 읽었어요. 짐이 통 대본을 줬어요.

빌: 나에겐 쪽 대본만 줬다고. 난 통대본은 구경도 못했다고. 내가 지금껏 그 인간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우주선이 나타나고)

빌: 자네 저거 보고 있나? 저것도 대본에 있었어?

로니: 아뇨. 제가 본 대본엔 없었어요.


마치 정해진 게임 속에 숨겨진 히든 요소랄까. 젤다의 존재는 그런 것 같다. 좀비가 나타나게 된 원인이 마치 젤다 때문인 것처럼 묘사하고 배우들은 모르던 히든 요소를 혼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영화를 가볍게 만들기 위한 장치같이 느껴지는데, 사실 처음부터 이 영화가 극중 인물들에게도 영화라고 암시하는 장면은 꾸준히 나온다. 그 역할을 하는 건 ‘데드 돈 다이’라는 스터질 심프슨의 노래다. 영화 주제곡이라고 하는 이 노래는 사실 다른 영화의 주제곡이 아니라 영화 ‘데드 돈 다이’의 주제곡이다. ‘죽은 자는 죽지 않는다’는 제목처럼 영화를 가지고 말장난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맺으며

조지 로메로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오마주 한 영화다 보니 곳곳에 그 흔적들이 남아있다. 숨겨진 이스터 에그를 찾는 것처럼 찾아보는 재미는 쏠쏠할 것이나 좀비물을 보는 즐거움을 주냐고 묻는다면 그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밥의 마지막 내레이션으로 모든 걸 마무리 지으려는 것처럼 보여 완성도 역시 높다고도 할 수 없지만 좀비 영화를 빙자해 특유의 병맛 풍자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이라 생각하면 괜찮을 듯하다. 감독이 이 영화로 하고 싶은 것 다 해본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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