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쉽은 동명의 하스브로사의 동명 전투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보드게임을 배경으로 하게 된 이유에 대해 피터 버그 감독은 “이처럼 고요하게 시작해서 서서히 긴장이 높아지다가 결국 폭력적인 전투가 일어나는 ‘배틀쉽’의 구조가 영화의 좋은 엔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는데요. 말 그대로 배경이 될 뿐 보드게임과 영화 배틀쉽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배틀쉽은 NASA가 싼 똥을 치우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연합한 해군이 개고생을 하는 영화입니다. 외계에 신호를 주면 그 신호를 받은 외계인들이 하필 미국과 일본이 함께 훈련하고 있는 지역에 도착해서 그들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는 게 주요 내용이죠. 이런 내용들을 가지고 네티즌들은 재미있는 후기를 남기더라고요.
부족한 스토리텔링
꼴통이었던 주인공이 해군에 들어가고 외계인과 대치하며 성장하게 되고 그에 따라 주변 인물들을 주인공을 위한 성장의 촉매가 됩니다. 항상 동생을 다그치고 이끌어주던 형의 죽음, 치킨 부리토 훔쳐서 가져다주었더니 여자친구가 된 사만다의 아버지인 해군 제독, 라이벌로 등장한 일본인 함장, 자신감을 상실해 실의에 빠진 주인공을 각성 시켜주는 해군 동료들 등 그들은 모두 주인공의 성장을 돕는 촉매의 역할에 그칩니다. 유일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조연은 의족을 하고 외계인과 1 대 1로 싸워 이긴 퇴역 군인 믹 정도죠. 즉, 입체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겁니다. 외계인이 나오고 전쟁하는 영화인데 캐릭터의 개성이야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쟁영화가 주인공을 중심인 성장 드라마가 될 필요는 없잖아요?
전체적인 스토리 진행도 어색한 부분이 많습니다. 외계인은 왜 적대감을 품지 않은 인간은 공격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도 풀리지 않고 기껏 살려둔 인간들이 외계인을 공격해서 그들의 계획을 다 망쳐버리죠. 자기네들을 부른 송수신기를 확보하기 위해 배리어를 치고 주변 지역을 선제공격하는 것까지는 괜찮았습니다만 보다 확실하게 안전을 확보하지도 못했고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전쟁하는 외계인들의 지능이 인간 측과 밸런스를 맞추는 것인지 초반의 위압감과 기세를 잃은 채 당하기에 바쁩니다. 결국 외계인을 모두 해치운 인간 측은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를 만끽합니다.
전투씬과 CG는 좋았다
부족한 스토리에 비해 해군 전투씬이나 CG는 좋았습니다. 해상의 전투 장면은 바다의 시원함과 전투의 긴박함 그리고 해상 레이더를 이용해서 잡히지 않는 외계인의 함선을 찾아내 포격하는 등의 기술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CG 또한 어색함 없이 긴박한 전쟁 장면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불-편
초반에 일본과 미국이 축구 시합을 하며 영화가 양국의 갈등과 화합을 보여주겠구나 싶었습니다만 문제는 영화 중간에 전범기가 등장합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 제가 불편하다고 하는 건 미국과 일본이 합작해서 세계를 구한 점이 아니라 전범기가 등장했다는 겁니다. 어차피 헐리우드 영화에서 늘 미국은 세계를 구하는 주체니까 굳이 따질 것도 없고,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는 ‘USS MISSOURI BB’를 타고 끝을 내는 것을 보고도 역시 미국식 마무리라는 생각도 했죠.
다만 역사적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영화가 상영되었다는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2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로 대상을 넓히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다는 겁니다. 유럽 등지에서 나치의 피해를 입은 그들은 하켄크로이츠에겐 학을 떼면서 일본의 욱일기는 모른 채 넘어간다는 건 아시아권 사람들의 문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역사적 인식이 부족하지 않나 싶은 거예요.
맺으며
전반적으로 우수한 CG와 전투씬으로 제법 괜찮은 영화가 나올 뻔 했으나 캐릭터의 입체성 부족, 외계인을 멍청하게 묘사하는 등 부실한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전쟁을 다루고 일본과 미국의 합작을 다루면서 전범기를 넣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킬링 타임용으로 볼만하네요. 시간이 많이 남는 분들이나 해상 전투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