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3의 제목 파라벨룸(Parabellum)은 라틴어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라는 뜻입니다. 영화 후반부에 윈스턴이 한 대사이기도 하죠.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제목의 뜻을 모르고 봤습니다만 윈스턴의 대화를 통해 왜 존 윅3의 제목이 파라벨룸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영화를 살펴보며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죠.
1. 전작을 꼭 봐야 하는 영화
존 윅3을 보기 전 1,2편을 보고 본 사람과 전혀 모르고 본 사람은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존 윅 시리즈는 앞선 시리즈를 쌓고 쌓아서 만들어지는 작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작의 출현 인물, 설정을 모르면 보기 어렵죠. 왜 존 윅이 최고 의회에게 쫓기게 되었는지 3편에서 초반에 잠시 다루긴 합니다만 쫓기게 된 원인을 다루는 2편을 보지 않는다면 바워리가 어떤 사람인지, 소피아는 왜 존 윅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지 등을 알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꼭 1,2편을 시청하고 보시란 말씀! 시간이 안 되시면 유튜브에 요약 영상을 찾아보셔도 될 것 같네요.
2. 개연성? 설정?
개연성은 관객들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무척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뒤 전후 맥락이 없이 뜬금없는 전개는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죠. 설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뜬금없이 비행기가 나오면 어떨까요? 영화에 몰입하다가도 확 깨게 됩니다. 그리고 반지 원정대의 고생은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되죠. 그냥 비행기 타고 가면 빠르게 끝날 테니까요.
이처럼 개연성과 설정은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존 윅3는 이전 편의 개연성과 설정을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리고 만든 것처럼 보여요. 도시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경찰은커녕 시민들은 놀래지도 않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버젓하게 킬러들이 사람을 죽이는데 소리 지르는 사람도 없고 그냥 다들 별일 아닌 것처럼 지나갑니다. 그리고 킬러는 킬러답게 죽일 기회가 생기면 죽여야지요. 왜 당신을 상대하게 되어 영광이라는 둥, 칼을 겨누는 상황에서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는 둥, 무슨 판타지 마냥 은신술을 쓰는 일본인이라거나 그걸 또 카카시처럼 카피하는 존 윅이라거나...
사실 존 윅 같은 액션 영화를 보면서 개연성과 설정을 운운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영화를 보는데 위화감이 생겨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에 언급을 합니다. 영화를 보다가 사막이 나오는 장면부터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사람이 집중하면 주변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느껴지지도 않잖아요? 그런데 사막 장면부터 콜라가 계속 눈에 들어오고 앞뒤 양쪽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아픈 관절까지 느껴지...
3. 장르가 의심되는 영화, 액션? 판타지? 무협?
영화 초반부 무기상 좁은 공간에서의 액션신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재밌고 시원했습니다. 소피아와 개를 이용한 액션신도 재밌었죠. 여기까지는 분명 액션, 범죄, 스릴러의 느낌이 납니다. 하지만 베라다의 어쌔신의 기원 이야기부터 사막 한가운데서 장로를 만나 충성 서약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 영화의 장르가 바뀌어 버립니다. 장르가 바뀌어 버리기 전 집행관이 일본인들을 고용해서 암살을 의뢰할 때부터 암살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만 그때만 하더라도 그냥 숙련된 암살자다, 닌자에게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구나 정도로 넘어갔지만 후반부 존 윅과의 싸움에서부터는 암살자가 아니라 일본의 무사도와 닌자를 합쳐서 만들어 놓은 캐릭터가 되어 존 윅과 무술 겨루기를 합니다.
존 윅의 별명은 바바야가와 같이 강하고 절대적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무술보다는 강력한 한방, 무적의 모습, 뭐든지 다 때려 부수며 전진할 것 같은 탱크 같은 느낌이죠. 이전 작품들에서는 그런 느낌들이 많이 납니다. 상처가 아무리 나더라고 적으로 상정한 자는 자기가 피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죽입니다. 그래서 3편이 있을 수 있던 거고요. 그런 앞뒤 안 가리고 죽이는 존 윅이 갑자기 적의 기술을 카피(은신) 하고 무술을 겨루고... 거기에 키아누 리브스의 무술은 보기에 잘한다는 느낌은 아니지요. 그냥 엎어 치기, 가슴에 한방 머리에 한방, 확인사살 한방, 탄창 교체를 하며 끊임없이 적을 죽이는 모습이 훨씬 존 윅, 바바야가와 같은 모습입니다. 무술 대결보다 서로 치고받는 진흙탕 싸움이 더 좋았을 거예요.
그런데 존 윅은 안 죽나...? 몇 주간 그렇게 싸우면서 피도 많이 흘리고 체력도 많이 소진되었을 텐데... 비록 존 윅이 대단하다 해도 5년간 업계를 떠났다는 설정이 있을 텐데... 이 정도면 그냥 사신(死神)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4. 개를 의식한 제작진?
제작진도 작품 내내 붙는 ‘개 때문에’라는 수식어를 의식했는지 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종종 존윅이 다시 업계에 발을 들인 계기가 고작 개 한 마리 때문이라고 하는 말이 나와요. 그리고 개 이야기를 개그 요소로 쓰기도 하는데(개가 죽어 슬프지만) 베라다에게 가는 걸 엄청 걱정하던 소피아가 베라다가 자기 개를 죽였다고 베라다를 쏴버리고 주변 부하들을 죽인 뒤 했던 대사가 참 인상 깊었죠.
소피아: 내 개를 쐈어! 존 윅: 나도 이해해
5.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언제나 존 윅의 든든한 아군일 것 같았던 윈스턴의 배신은 조금 의외긴 했습니다. 4편을 위해 존 윅과 동맹 맺고 최고 의회를 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의회에 붙고 존 윅을 쏴버렸죠. 라운지에서 추락한 존 윅의 시체를 확인하려 했던 집행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말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윈스턴이 뭔가 준비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을 잠깐이나마 했었습니다. 하지만 윈스턴의 표정을 보고서는 절대 그렇지 않겠구나 싶었죠.
지인들의 말처럼 ‘존 윅3: 파라벨룸’은 후속 편을 준비하기 위한 영화처럼 보입니다. 2편이 끝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3편에서 최고 의회와 맞붙고 끝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3편을 보고 난 뒤에는 4편 이상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존 윅3에서 아군(존 윅을 도운 사람들)과 적군(최고 의회와 윈스턴)을 나누었다면 4편에서는 나뉜 양측에서 전쟁을 벌일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쟁을 어떻게 전개하느냐 따라 후속 편이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윈스턴의 말처럼 존 윅의 평화를 위해 전쟁을 준비하는 내용이 3편이었습니다. 4편이 언제 나올지 모르겠으나 이후 후속 편이 계속 나온다면 점점 내용이 산으로 가지 않기만을 바라야 할 것 같아요. ‘레지던트 이블’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만을 바라봅니다.
hoxy... 바워리는 보면 볼수록 개방 방주 같은 느낌이 나는데 저만... 그런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