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키워드: 추모 / 5년 뒤 / 성장 / 정체성 / 차세대 / 아이언맨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로 시작되는 오프닝은 마블의 어벤저스 열풍의 시작을 함께 했던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블랙 위도우를 기리며 시작합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개봉될 수도 없었겠죠? 어벤저스4 재개봉 추가 영상(국내 미개봉)에서 ’스탠 리‘를 추모했던 것과 같이 마블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대우해주는 모습은 참 좋아 보입니다.
스탠 리,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모두 3,000만큼 사랑합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타노스와의 일전이 끝난 다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서 5년 뒤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공백기가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영화에서 5년의 공백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5년 만에 만나면 보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행복하거나 해야 하지만 영화 내에서 그 공백기를 소비하는 행태가 못내 아쉽습니다. MJ를 두고 연적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브래드(덩치만 커지고 하는 행동은 16살 보다 못한 21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선생님들의 개그 코드 정도로 사용되죠.
1) 소년으로써의 피터 파커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이면서 16살입니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친구들과 놀고 싶을 때죠. 우리의 16세 때를 생각해보세요. 한국 나이로 16살이면 중3입니다. 중학교를 다니며 친구들과 놀기도 하며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 중인 나이에요. 우리들처럼 피터는 스파이더맨 이전에 숙모에게 관심을 받는 걸 부끄러워하고 네드와 어울리며 MJ를 짝사랑하는 평범한 16살 소년입니다.
그런 피터가 짊어진 짐은 너무 무거웠습니다. 사람들은 피터에게 스파이더맨이길 강요하고 위협에 맞서 싸우라고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는 소년이었던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하는 ‘성장 드라마’의 형식을 띕니다.
2) 스파이더맨으로써의 정체성
피터는 과거 어벤저스에 들어가고자 했던 것과 다르게 어벤저스로 불리길 꺼려 합니다. 닉 퓨리의 전화를 무시하거나 빌런과의 싸움에서 자신 대신 다른 어벤저에게 맡기면 되지 않느냐고 되묻는 피터의 모습은 토니에게 자신도 어벤저스와 함께하게 해달라고 어필하던 모습과 상반되죠. 그렇다고 피터를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피터는 우주적 규모의 전쟁 속에서 죽음까지 겪었고, 힘들게 되찾은 평범한 삶을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친절한 이웃이자 다른 사람들에게 정체를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피터는 그래서 닉 퓨리의 요구가 더욱더 부담이 되었을 겁니다. 자신이 가는 곳마다 스파이더맨이 나타나면 자신이 스파이더맨이라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했죠. 이는 피터가 각성하게 된 계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MJ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챘고 미스테리오의 정체를 알아냈던 그때 그는 오히려 자신이 스파이더맨이라고 밝힙니다.
이때부터의 피터는 보다 적극적으로 스파이더맨으로써 활약하게 되는데 숱한 위기가 그를 스파이더맨으로 정체성을 갖춰갈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간파해내지 못했던 홀로그램을 간파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피터 찌리릿’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후반부 액션신은 곡예 퍼포먼스와 스파이더맨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영상은 스파이더맨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액션이었습니다.
3) 차세대 아이언맨
스파이더맨으로써 정체성을 완성시켜 주는 것은 결국 토니였습니다. 영화는 내내 차세대 아이언맨은 누구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자선행사에서도 닉 퓨리에게서도(그가 토니의 유품이라고 스파이더맨에게 주는 물건이 있죠) 그리고 스스로도 토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아이언맨의 후계자라는 자리에 압박감을 느끼죠. 그 압박감이 결국은 토니의 유품을 미스테리오에게 넘기게 만듭니다. 피터는 자신 보다 미스테리오가 아이언맨의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 결정은 마지막 미스테리오와의 일전까지 이어지게 되고 그에게 이긴 피터는 마침내 스파이더맨으로서 정체성을 확실하게 굳힙니다.
물론 피터는 싸우기 전부터 스파이더맨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언맨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피터가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게 해줬죠. 늘 토니와 함께 했던 해피가 스파이더맨 슈트를 만드는 피터를 보고 흐뭇하게 웃는 모습은 귀염 뽀짝 하던 피터가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보여주니 흐뭇한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을 기다렸던 토니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지 않을까요?
아직 차세대 아이언맨이 스파이더맨이라는 공식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른의 사정이 얽혀있기도 하고 쿠키 영상을 봤을 때 다음 작품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감을 잡을 수 없게 되었거든요.
이럴 수가! 생각도 못 하고 있던 쿠키 영상이 두 개나 있었습니다. 먼저는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 아이언맨의 역할은 아니더라도 친절한 이웃에서 세계를 지키는 히어로로 발돋움할 줄 알았던 상황에 스파이더맨에게 부정적으로 방영하는 뉴스를 통해 그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정체를 드러내야겠다고 마음먹은 피터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겠죠. 피터의 ‘이런 시X’이란 대사가 무척 어울리는 쿠키 영상이었습니다. 이후에 어벤저스는 해체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네요.
두 번째 쿠키 영상은 알고 보니 닉 퓨리가 진짜가 아니었고 진짜 닉 퓨리는 우주에 있었다는 것. 추측키로는 캡틴 마블이 있는 행성으로 보이는데 어벤저스4 이후 마지막 영화가 되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이런 쿠키를 보여준 것은 앞으로 세계관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걸 암시하지 않나 싶습니다. 캡틴 마블이 나오는 시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제는 우주적인 존재들도 하나씩 등장하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가 전반적으로 피터가 스파이더맨으로써 정체성을 만들어가기까지를 담기에 급했고 그러다 보니 놓친 게 많이 있었어요. 보통의 히어로 영화들이 한 번은 히어로의 성장통을 담은 영화를 만들고는 하지만 같은 히어로물 중에서도 아이언맨, 배트맨과 같은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작품성과 영화적 흥미를 잘 잡은 영화들도 많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모든 게 피터의 성장을 위해 맞춰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스테리오의 역할도 MJ의 역할도 또한 토니의 역할 등 모든 캐릭터들이 피터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죠.
그리고 이왕 볼 거 3D, 4D로 볼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한 번만 봐도 되겠지만 기왕 볼 거면 화려한 영상미를 즐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파이더맨 하면 공중에서 거미줄을 타고 다니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이걸 제대로 즐겼어야 했어요... 그리고 ‘피터 찌리릿’을 사용하는 그 순간 만약 3D나 더 좋은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면... 아 지금 생각해도 후회가 되네요. 하지만 두 번 볼 영화는 아니었기에 2회차는 접도록 해야겠네요.
전반적으로 아쉬웠지만 재미가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피터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고 스파이더맨으로써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피터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그리고 톰 홀랜드가 피터 역할에 너무 찰떡이라서... 제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계속 나와줬으면 합니다. 어른의 사정 따위 모르겠고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 꼭...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이제 한편의 영화만 더 찍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이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을 볼 수가 없네요.
집에서 나온 스파이더맨이 다시 집으로 올 수 있기를!
(MJ의 역 젠다야 콜맨이 굉장히 매력적이네요.... 짱좋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