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네 번째 크리에이티브센터의 경험들
매거진 수요일은 티몬의 크리에이티브센터 사람들이 한주간 경험하며 영감을 받았던 모든 것들을 짤막하게 기록합니다.
매거진 수요일 #44. 11월의 네 번째 경험
LOOP_COS x Snarkitecture
이례적인 전시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패션브랜드 COS와 뉴욕의 건축사무소 Snarkitecture의 인터랙티브 설치작품 입니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관객들에게 구슬을 하나씩 줍니다. 그리고 구슬을 조형물에 올려 놓죠. 구슬은 이리저리 뻗은 길을 따라 이동합니다. 특유의 소리와 함께 말이죠. 구슬의 속도와 낙차를 계산해 설치된 조형물은 묘한 쾌감을 줍니다. 어릴 때 문방구 앞에 모이게 만든 미니카트랙처럼 멍하니 구슬을 바라보게 만들죠. 작가는 관객의 참여가 작품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고 말합니다. 그건 잘 모르겠고, 오랜만에 멍 때리기 좋았습니다.
사진출처 : 직접촬영
Balloon Vase
꽃병은 흔하면서도 흔치 않는 물건입니다. 매일 꽃을 사서 꾸미기 쉽지 않아 꽃병이 없을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살면서 축하와 선물을 받을 때 꽃을 받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땐 말려서 버리거나 있는 물컵에 꽂을 때가 많은데요. 이 간단한 플라스틱 조형물과 풍선이 있으면 유니크한 꽃병이 완성됩니다. 플라스틱 조형물을 풍선에 끼어 세운 후 물을 넣으면 이와 같은 모양이 되는데요꽃이 시들고 나면 다시 꽃병을 해체하기도 쉽습니다. 새로 소재를 개발하지 않아도 다른 소재와 성질을 이용하여 다른 제품을 만드는 접근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사진출처 : https://www.shapeways.com/product/Z8BCXH9FA/balloonvase?optionId=63887183
연필가게 흑심
빈티지 소품부터 희귀 제품, 지우개나 연필깎이 등 연필과 관련된 소품을 취급하고 있는 연필가게 '흑심'을 방문하였습니다. 흑심에 있는 제품들은 모두 문구덕후인 주인의 취향과 기준으로 수집한 것들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제품은 100년이 넘은 연필 깎이 입니다. 연필 한 자루를 깎는데 1분이 넘게 걸리지만 묵직하고 강렬한 포스의 외관부터, 삐거덕 거리는 소리, 투박하지만 곱게 깎인 모양, 조금씩 떨어지는 연필밥 모두 멋집니다. 이외에도 활자 기술 발달로 쓰임새를 잃은 연필이나 생산이 중단된 제품들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습니다. 이제는 사용성이 많이 줄어든 연필이지만 그 매력을 여전히 건재하게 드러내고 있는 연필들을 만나 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사진출처 : 흑심 인스타그램, 직접 촬영
다시 만난 종로서적
종각역에서 친구를 만날 때면 지하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서점에서 기다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종로에는 종로서적이라는 이름으로 서점의 모습이 조금 달라져 있었는데요. ‘종로서적’이라는 옛스러운 이름에 찾아보니 2012년에 경영난으로 모습을 감추었던 사람들이 사랑했던 서점이었습니다. 책방에서 둘러보다 시선이 닿은 곳은 책을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백미당이었습니다. 신기한 기분이 들었는데 조금 걸어가다 보니 맛있는 냄새가 나서 식당이 옆에 있다는 것과 주스바 등 다양한 가게들이 서점 안에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방도 은은한 조명아래 최근 관심 있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더 눈이 갔습니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 같은 곳이 우리나라에도 생겼구나' 싶었는데, 앞으로도 종로에서 친구를 만날 날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찾게 될 것 같았습니다.
사진출처 :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