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고(판매) 아이콘에 담긴 불편한 진실
의류 쇼핑몰 단독 입고 (판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우리가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PB 상품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 이야기를 해보자 한다. 이유는 일부 대형 인터넷 의류 쇼핑몰에서 진행되는 단독 입고(판매)가 이런 PB 상품이 갖고 있는 불합리한 구조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PB 상품'이란 단어는 판매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제품 생산을 위탁하면 제품이 생산된 뒤에 유통업체 브랜드로 내놓는 것을 이르는 말로, PL(private label) 상품이라고도 한다. 가까운 집 근처 편의점에만 가도 쉽게 PB 상품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판매 제품 전체의 40% 정도가 PB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 ( 이 'PB 상품'이 의류 쇼핑몰에선 '자체제작 상품'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유통 업체가
PB 상품을 늘리는 이유는?
PB 상품을 전개하는 곳은 제조회사가 만든 상품을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유통 중심의 업체들이다.
쉽게 우리가 자주 가는 '편의점'을 예로 들어 이야기해보자. 이런 유통 중심의 GS,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체인점 여러 곳이 똑같은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상품을 납품받아 판매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마 모든 편의점에서 거의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게 되므로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특정 편의점을 갈 이유가 없어진다.
같은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결국 최저가 경쟁 이외엔 대안이 별로 없게 된다. 모든 사업은 결국 단골 고객이 많아야 사업에 성공하게 되는데, 단골 고객이 생기긴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므로 사업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런 일환으로 편의점은 자기만 파는 상품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PB상품을 자꾸 늘리는 것이다. 이런 편의점(유통업체)의 PB 상품을 사러 오는 고객이 나머지 상품 구매도 해당 편의점에서 하게 되니 결국 편의점의 전체 매출이 올라가게 된다.
똑같은 상품이라면 단돈 100원이라도 더 싸게 팔아야 장사가 잘될 것이다. 그런데 각 제조업체가 만든 상품을 공급받아 팔기만 해서는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제품 원가가 똑같으니 판매가를 더 싸게 하려면 유통사 본인들의 이익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자신들만의 PB 상품을 만들면 이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가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전국에 매장을 가진 편의점은 본인들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므로 별도의 마케팅, 판매비를 들이지 않아도 해당 제품 판매를 쉽게 할 수 있다. 실제로 PB상품은 비슷한 브랜드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이런 면에서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순기능을 하는 면이 있다.
넘쳐나는 PB 상품… 유통업체엔 ‘득’, 제조업체엔 ‘독’ 기사를 보면, 실제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의 실적을 PB 상품의 매출 비중에 따라 분석한 결과, PB 매출이 증가할수록 매출과 유통이익이 모두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PB 상품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체의 경쟁 전략이 성공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제조업체 쪽 입장은 달랐다. PB 상품 확대에 따른 소상공인과 소형 중소기업의 매출 증가가 영업이익 증가라는 질적 성장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PB 상품을 기획·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더 많은 유통 마진을 남기고 있다는 뜻이다.
먼저 PB 상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 309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9.7%인 30개 사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겪은 불공정거래 행위는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33.9%,
포장 변경 비용 전가(22.0%), 피비 상품 개발 강요(13.6%), 판촉행사 비용 부담(11.9%) 등이 뒤를 이었다.
거래 중단 등 불이익이 우려돼,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체들은 PB 상품의 차별성 측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존 제품과 PB 상품의 차이를 묻는 설문에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는 응답은 41곳(13.3%)에 그쳤다. 대신 ‘포장 형태만 바꾼 제품’이라는 응답이 81곳(26.2)이었고, ‘기존 제품의 특성을 약간 변형한 제품’이라는 응답이 160곳(51.8%)으로 과반에 달했다.
한국 개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PB 상품은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체의 보복을 우려해 불공정거래 행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경향마저 나타나므로, 공정위 직권조사와 신고 활성화 등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PB 상품과
인터넷 의류 쇼핑몰 단독 입고(판매) 제품과
무슨 상관?
유통업체의 'PB 상품'과 비슷한 것은 의류 쇼핑몰 '자체 제작(made) 상품'이다. 자체 제작 상품은 보통 디자인, 기획을 쇼핑몰 내부 직원이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참여 후, 의류 공장에 의뢰하여 생산하는 제품으로 대부분 생산 비용과 재고 부담 모두 쇼핑몰에서 책임진다.(해당 쇼핑몰 라벨이 부착되어 있다.) 그런데 이 것과 구별되는 단독 입고(판매)가 있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쇼핑몰과 제조 업체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일부 상품을 이렇게 진행하는 경우는 꽤 있다. 하지만 일부 상품이 아니라 쇼핑몰 대부분 상품이 단독 입고(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단독 입고(판매)가 많은 곳 대부분은 매출 상위 쇼핑몰과 같은 일명 '갑'의 위치에 올라선 곳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일부 상품이든, 전체 상품이든 공정한 거래를 기반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 진행한다면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하도급 계약과 같은 최소한의 법도 의미가 없는 이런 형태가 중소기업과 소기업 간에 일어나고 있다.
- 단독 입고(판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서 가격 비교 선택권을 없애기 때문에 판매 가격 책정에 유리하다.
- 해당 제품을 구매하려면 단독 입고(판매)되는 쇼핑몰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방문 고객이 많아진다.
- 단독 입고(판매) 상품의 판매가 저조해도 쇼핑몰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거의 없다.
- 재고 부담을 질 필요가 거의 없다.
- 납품 단가를 최대한 싸게 해서 가져올 수 있다.
- 재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 단독 입고(판매) 납품 상품이 쇼핑몰에서 판매가 저조해도 책임이나 판매 보전 등을 요구할 수없다.
- 남은 재고를 다른 곳에 유통해서 원가라도 회수할 수없다.
- 해당 쇼핑몰에서만 구입 가능한 독점 판매다 보니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계약을 하고 진행하는 이유는 대부분 영세하게 운영되는 동대문 의류 제조(도매) 업체 특성상 단독 판매 조건을 지키지 않을 시 다시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해당 대형 쇼핑몰의 엄포에 거래 중단 등 불이익이 우려돼,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단독 입고(판매)에서 불합리한 상황에 놓은 업체들이 있다면 미온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관련 업체들과 뜻을 모아 공정한 계약서 작성 또는 그에 준하는 관계를 요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마저도 쇼핑몰이 거부한다면 최후엔 단독 입고(판매)를 거부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패션 위워크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에서도 이야기 한대로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 유통의 트렌드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현재보다 좋은 사업 환경이 여러분들에게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위와 같은 '갑'의 행위를 대놓고 하는 일부 쇼핑몰이 있다면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동대문이라는 멋진 시장이 있었기에 지금 여러분의 쇼핑몰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아주 조금 잘 나간다고 해서 동대문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 같이 잘 돼야 진짜 잘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피눈물로 이루어지는 부와 명예는 모래성을 쌓는 것만큼이나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진정성이 답인 시대다.
ⓒ 크리에이티브마인 이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