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을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한 조언
보통 청년이 되면 사람들은 무언가에 눈을 뜨기 마련이다. 모든 것이 첫경험이다. 처음 상경을 했을 때, 나는 그야말로 기대감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재밌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언 괴로운 학창시절을 뒤로하고 꿈많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 드디어 서울에 입성한 것이었다.
고시원 생활을 몇 년 하고 서울 곳곳 지역을 오갔다. 홍대에서도 살아보고, 강남에서도 살아보고, 신림에서도 살아보며 사람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했다. 워낙 호기심이 많다보니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얼마나 다양한 부류가 있는지 궁금했다.
강남은 매우 화려하며, IT와 금융 회사들이 즐비한 곳이지만 그만큼 더러운 곳이기도 했다. 사기꾼들이 판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인간의 욕망이 극에 달한 곳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존에 직결됐다. 누구에겐 천국일 수 있는 곳이 바로 강남이고, 때론 지옥으로 다가오는 곳이 강남이다. 살인적인 월세,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청년이 강남에서 살아남는 것은 처절한 것이다.
스타트업에서도 일을 했었고, 단기 아르바이트로 각종 전시장에서도 일을 했었다. 서울이라고 해서 특별히 월급을 많이 받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보니 원하다면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었다. 기회가 많다는 것은 적어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기록이다. 나를 위한 글이다. 내가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순서대로 글로 적어놓으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대충 느낌이 온다. 그때 내가 선택했던 것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서울이라는 곳을 더 잘 알기 위해서 선택했던 직업 중 하나가 중개보조원이다. 우연히 기회가 생겨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나는 서울의 다양한 곳을 더 많이 알기를 바랐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보고 대화하기를 원했고, 흔히 말하는 강남부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생각을 엿보기를 바랐다. 그리고 임차인과 임대인들도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처음에는 중개보조원으로 시작했다가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는 경우도 많다.
여유가 넘치는 부자들도 많이 있었고 정말 이런말까지 하긴 뭐하지만, 더럽게 돈을 벌고 심지어 다운계약서를 요구하는 임대인이 있었다.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재산을 보존하는게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정도로 전투적이었다. 정말로 서울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 그런 고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이 그리운 것 같다.
서울에서는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좋지만, 개인의 경험을 위해서도 좋다. 사람이 많다보니 다양한 모임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소극적인 사람들도 서울에서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들이 많다. 각종 모임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인연을 맺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남자들이 늑대처럼 행동하는 곳 또한 바로 서울이다. 서울 이외에도 내가 살았던 곳은 부산, 대전, 천안 등이 있는데 지역별로 특징이 두드러졌다. 확실히 사람들이 느리고 여유가 넘치는 곳이 천안이라고 하면, 대전은 조금 더 규모가 있어보이지만 생활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좋았다. 재밌는 걸로 생각하면 역시 부산생활이 참 재밌었다. 서울 만큼이나 부산에서도 정말 재밌는 사건들도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차마 글로 담지 못할 어려움들도 많았다. 각종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었고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던 경험들도 있었다. 특히, 어리다는 이유로 이유없이 무시를 당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여자를 만나고 싶으면 클럽을 가는 것보다 서울에서 다양한 만남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쉽게 이성친구를 사귈 수 있다.
모든 것이 쉬워보였다. 만남이 쉬우면 헤어짐이 쉽다. 서울은 그런 곳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고,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 안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부끄러워하고 소심한 사람이 상경해서 성공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환상에 빠진 사람들이 쉽게 좌절하는 곳이 바로 서울에서의 비즈니스다.
놀기도 좋은 만큼 질이 나쁜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상경을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줘야 할 말이 있다면 사람을 쉽게 믿지 말라는 것이다. 서울 토박이라면 익숙할 지 모르겠지만 외지인에게 서울은 정말 위험한 곳이였다.
나는 서울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겪고 느끼며 그래도 꽤 쓸모있는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완벽하지 않은 인생이라고 할지라도 남자의 인생은 서른부터 시작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제 나는 생각할 수 있고 스스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으며 마음껏 성실하게 살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의지에 휘말릴 이유도 없고 사람들과 건전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은 성숙해진 나이에 다시 서울생활을 한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