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주일에 2번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한다. 아이들을(특히 유치원생을) 보다 보면 정말 사소한 것 하나에 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옆 친구가 자신을 불편하게 해서 울고, 서운한 일이 생겨서 울고, 화가 나서 또 운다. 그것을 보면 그들은 유리만큼 쉽게 무너지고 섬세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과연 성인인 나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우리도 정말 사소한 것에 서운해하고 섭섭해하지 않는가? 지나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에 걱정하고 초조해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과 우리는 사실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잘 숨긴다는 것이다. 스스로도 모를 정도로 내면 깊숙한 곳으로 숨긴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든지도 모른 채, 마음 졸여하고 괴로워한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아이와 같은 솔직함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솔직함으로 건강하게 자라나듯이 우리도 스스로에게 솔직함으로써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없으면 삶의 어떠한 힘도 제대로 갖출 수 없게 된다.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의 도움으로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 나는 오랫동안 감정을 억눌렀는지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 어찌어찌 말을 하더라도 '가슴이 조여 온다' '불안감이 좀 느껴진다' '스트레스받는다'와 같은 말밖에 하지 못하였다. 그때 심리상담가분이 나에게 무드미터를 주셨다. 그러면서 매 순간 느껴지는 감정들을 그것에 체크하고 다음 주에 볼 때 그것에 대해 다시 얘기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매 순간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체크하고 이에 대해서 상담가분에게 얘기했다. 그렇게 대화는 한층 더 깊어졌고 나는 드디어 나의 감정을 알게 되었다. 무거웠던 짐이 내려지며 한결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처럼 감정적으로 괴로울 때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나 지금 이러이러해서 힘들다”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어떨까.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연기(緣起)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 즉 모든 것은 상호의존적으로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 말대로 원인 없이 벌어지는 사건이란 없고, 원인이 있으면 그에 맞는 결과가 있는 법이다. 우리의 감정도 그렇다. 불안, 우울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어떤 사건이 있고 그 사건 속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마음이 요동치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가 우는 것과 같다.
자신이 최근에 불안하고 우울한데 무엇 때문에 힘든지 모를 때 최근에 있었던 일을 되짚어 보는 것이 어떨까. 그 이유가 단순히 잠을 안 자서 생긴 일일 수도 있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 원인을 이해할 때 우리는 진정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아이와 같은 나를 끌어안을 수 있다. 그것은 따듯한 푸근함 속에 누워있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