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다. 어릴 때 읽고, 거의 잊고 지냈던 어린왕자, 지금 다시 읽어보니 그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어릴 때 《어린왕자》를 읽을 때는 그 책에 묘사된 어른들의 모습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책을 읽으니 오히려 어린왕자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온다. 거기에서 묘사된 어른들의 모습이 지금은 너무 공감이 되었다. 그러면서 성인이 된 지금 잊고 살았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어린왕자》에 나왔던 이 구절이 내 마음을 쿡 찔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이 말은 책에 어린왕자가 반복적으로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꽃 한 송이에 호기심을 느끼고 사랑을 하는 대신, 해야 할 많은 일들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바쁜 어른들이 되었다. 동화 속 어린왕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가가 되었고, 허세 부리는 사람, 혹은 우울함을 도피하는 술주정뱅이가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감옥에 갇혀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감옥 말이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라고 하는 머릿속 환상에 붙들어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에 삶의 전부를 걸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미래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거야’라는 환상. 그러나 그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가만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과거에 자신이 바랐던 것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미래에 원하는 것을 얻더라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또다시 미래에 행복을 찾아 떠나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물론 미래의 행복을 꿈꾸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그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동화 속 어린왕자는 이를 순수하게 즐겼다면 우리는 그것이 없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만족할 줄을 모른다.
우리가 원하고 꿈꾸던 환상은 머릿속에 있는 과거와 미래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눈앞에 있다. 동화 속 어린 왕자가 꽃을 사랑하듯, 사막의 우물에 도르래를 올리는 일을 음악처럼 여기는 그의 순수함 속에 그 진실이 담겨 있다.
“뭐 저런 것이 기쁨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그 제한된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면 알 수 있다. 기쁨은 눈앞에 있다는 것을. 미래의 기쁨을 좇아서 기쁨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누려서 기쁨이 되는 것이다. 현재가 행복하면 행복한 현재가 계속된다. 현재가 초조함과 걱정으로 가득하면 불안한 현재가 계속된다. 머릿속의 허상에서 벗어나는 것, 지금을 누리는 것, 이것이 어린왕자가 성인이 된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