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들기 전에 이런 걱정을 해본 적 있는가?
아마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나 역시 수도 없이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혔다.
어느 날 밤, 끝없이 이어지는 걱정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뒤섞여 마음이 무거워졌고, 이불을 뒤집어써도 쉽게 잠들 수 없었다.
흔히 권장되는 방법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노트에 적어보거나 정리하는 방식이 도움 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이 과정을 해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실제로 감정이 격해지면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떠올리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안이 더 커지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수도 없이 겪었다.
그러다 심리학, 철학, 명상에 관한 책과 자료를 찾아보며 걱정을 다루는 법에 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상황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말이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 있다. “마음 챙김”이나 “명상”에서 자주 나오는 이 조언은 막연하고 실천하기 어려워 보인다.
나 또한 그랬다. '걱정이 많은 상황에서 판단을 멈추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냥 멍 때리라는 소리인가?'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 역시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식의 조언은 현실과 동떨어진 말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말이 나에게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다. 중요한 발표가 있기 전, 교보문고 앞을 지나가다 우연히 한 문구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케세라세라(Que Sera, Sera), 스페인어로 “될 대로 돼라”, “알아서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를 통해 나는 '판단하지 않는 것'에 대한 실질적이고 색다른 접근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다음 날 발표도 생각보다 떨지 않고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것의 핵심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말은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미리 그것을 수용하는 태도를 담고 있다. 걱정은 보통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런데 그 상상을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정면으로 상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해 ‘좋다’ 또는 ‘나쁘다’ 같은 판단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자. 말하자면, 최악의 상황조차 미리 허용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통해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해 보자.
이 방법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상상 노출 치료(imaginal exposure therapy)’와도 연결된다. 두려운 상황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점차 그 두려움을 무디게 만드는 방식이다.
나는 이를 글로 묘사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자세히 적는다. 그 상황에서 느껴질 감정도 적는다. 그렇게 감정이 가라앉으면 그 상황이 현실성이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럼에도 뭔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 상황을 통해 얻어갈 수 있는 것을 적는다.
이 방식은 심리학자 제임스 페네베이커(James Pennebaker)의 ‘정서적 글쓰기(Expressive Writing)’의 방식을 변형한 것이다. 글쓰기는 감정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것은 내면의 혼란을 정리하고 감정적 회복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괴정을 통해 우리는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세계적인 기업가 윌리스 캐리어는 이렇게 말했다.
최악의 상황을 직면하니 당장 마음이 편해지고, 며칠 동안 느끼지 못했던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려움은 피하려고 할수록 점점 커진다. 그러나 이를 억누르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면, 두려움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최악의 상황을 “괜찮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불안은 점차 흐려진다.
걱정과 두려움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기로 했다.
놀랍게도,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 힘은 확실히 약해졌다. 거친 파도 뒤에서 잔잔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내듯, 마음속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설령 내가 걱정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해도,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
만약 이 말이 불편하게 다가온다면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해 볼 수도 있다.
불안과 걱정은 결국 더 잘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이 마음은 때로 우리에게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그렇다면 그 마음을 억누르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자.
그러면서도, 모든 일이 꼭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으며 이런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분명히 말하겠다.
이것은 자포자기나 포기가 아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는 최선을 다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는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일어난 일이나 앞으로 일어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좋다’ 혹은 ‘나쁘다’는 판단을 쉽게 내린다. 하지만 그 판단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상태에서야 비로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괜찮다는 시각을 가져보자.
준비하던 일이 실패해도 괜찮고, 망해도 괜찮다. 삶은 늘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 지금 당장 어떤 결론을 내리려 하지 말자. 그것이 당신의 삶을 가볍게 만들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명상 지도사 마이클 싱어는 그의 책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에서 했던 말을 공유하고자 한다.
경험은 고통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떠하기를 원한다고 정해 놓으면,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되지 않으면 우리는 괴로워한다.
고통은 우리가 무엇을 원한다고 마음으로 정한 것과 제 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 사이의 괴리에 의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