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입사. 이번에는 창업이다.

벤처를 하려면 그 단어의 뜻을 이해하라. 그 뜻은 '모험'이다.

by Creative Uxer

에이젼시에 들어갔을 때, '기획자가 에이젼시는 꼭 경험해봐야지' 하는 것처럼

빨리 성공하려면 벤처 해야지'라는 말도 있었다.


( 모두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IT를 하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는 욕심, 네이버의 성공신화가 내 이야기가 될 거 같고, 운이 좋다면 마치 자기가 스티브 잡스가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물론 실제로 이 시기에 정말 타이밍과 아이디어가 좋은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인정받는 성공의 길을 그린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2009년 후반의 이 타이밍만은 IT에서 가장 큰 '변곡점' 임은 틀림이 없었다.


이때, 에이젼시의 팀장님부터 많은 사람이 나를 말렸다.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도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릴 땐 참 '귀가 얇았던 사람'이었는데, 고집도 강했던 것 같다.

앞의 글처럼 이미 성공에 대한 욕심과 자만심에 벤처 창업행을 결정했었고. 이전 회사를 퇴사하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다음 회사에 출근했고, 그래서는 안되지만 아이폰을 미리 분석하면서 아직 준비도 되지 않은 개발자들에게 넘길 화면설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화면설계보다 전략과 회사의 방향을 기획했어야 하는데, 이때까진 시야가 그렇게 넓지 못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아직 한참 배워야 하는 3년 차 주니어 기획자였다.


그래도 처음 벤처를 하는 건 매일매일이 흥분된 기분이었고, 즐거웠다.


비록 외주였지만 몇천 명이 일하던 사무실에서 > 단 몇 명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일을 해도,

회사 간판도 업고 싼 임대료를 찾아 1시간도 넘는 거리를 출퇴근해도, 겨울철이라 냉기가 도는 1칸짜리 화장실 아무것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열정적이고 패기가 넘쳤다.


당연하지만 회사의 방향은 기존에 회사를 다닌 것과 첫회사의 개발자 형님들과 함께 차린 회사이니 IT기반으로 모바일 앱을 만드는 회사였다.


이 시기는, 앱스토어 등록을 하고 심사를 받고 앱을 등록할 줄 아는 사람부터가 많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iOS 각각 앱스토어의 등록하는 과정을 캡처해두고, 회사 블로그에 올려두었는데 그 조회수가 상당할 정도였다. 앱스토어에 등록할 때 생기는 이런저런 문제를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해결하고 했었다 ( 요즘도 개인 블로그에서 가끔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나에게는 이런 활동이 가장 즐거운 활동이었다. 지금도 복잡한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보다 인터넷이라는 가장의 환경에서 생기는 커뮤니케이션이 마냥 즐겁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단순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


여러 가지 테스트 앱들을 만드는 시도를 통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또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정하기 시작했다. 자체사업과 외주제작 2가지를 모두 염두했다. ( 경험이 자체사업/수주업 둘 다 하는 것이었기에 이렇게 진행된 건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자체사업만 했어야 했다. )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서는 회사 자체를 홍보하는 방법이 필요했는데, 영세한 벤처였기에 회사 자체를 소개하는 것을 앱을 통해 진행하자는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켰다. 구성원들의 레퍼런스나, 가능한 업무영역을 포함한 가벼운 앱을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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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회사니까 모바일 앱으로 홍보해야지


단순한 논리였지만, 이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 시기에 모바일 개발사가 많지 않았어서 ( 점차 많은 회사들이 웹>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그 찰나의 타이밍이어서 그랬다. ) 이게 무슨 앱이냐고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부터 함께 일하자는 회사/개인들도 많았다.


대기업을 다녀본 이후에는 대기업에서 업체를 선정할 때 어떤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는지 알게 되었는데, 레퍼런스 없는 벤처회사가 일을 하러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시장 자체에 회사가 많지 않았기에 동등한 입장에서 대기업에 외주 제안을 같이 참여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박 게임을 개발할 아이디어가 있는데 구현이 어렵다면서 종이에 그림을 그려와서 돈을 대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그중 성사가 된 것은, 메이저 한 서비스가 아니라 인건비보다 조금 더 벌 수 있는 정도의 작은 프로젝트 들이었고, 분명 앱 기반으로 시작한 회사임에도 기존 개발자들이 해온 범위의 일들에 대해 더 높은 비용이 책정되었다.


당장 회사가 먹고 살 것인가/하고자 했던 자체 사업을 할 것인가, 여기서 여러 번 갈림길과 선택을 해야 했는데, 두 마리 토끼를 쫒다가 회사를 폐업할 때까지도 초기에 생각한 설루션을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한 점이 아직도 아쉽다.


나중에 돌아보니 이때 출시한 앱에 3개, 준비 중이던 앱이 4개나 됐는데 단기간에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열심히는 했지만, Core-Serive에 역량이 집중화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보다 문제는 수익원이었다. 게임 앱이 아니고서는 당장 수익까지의 준비를 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았다. 이 시기의 유일한 방법이 광고였는데 광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최근 유 퀴즈라는 프로그램의 오늘의 집 이승재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당시 저희가 문제를 해결하고 유저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면 비즈니스는 자연스레 나중에 생긴다. 일단은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고 초반부 판매를 하지 않았던 이유를 전했다.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면 된다고 비즈니스가 따라온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수익원을 만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고민만 하고 방법을 찾지 못하다 보니 갈팡질팡했다. 애초에 투자된 자금을 가지고 하나의 서비스 / 하나의 스토어(안드로이드, ios, 윈도 모바일) /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달렸어야 했는데, 너무 많은 것에 손을 대고 문제를 풀지 못해 어려워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들이 모두 벤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하는 가장 초보적인 실수라고 했다.

하지만 그 초보적인 실수를 할 정도로 경험이 일천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회사를 접고, 각자의 길을 갈 때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모든 것을 복기한 이후에는 스스로에게 한 줄의 문장을 남겨볼 수 있었는데

벤처를 하려면 그 단어의 뜻을 이해하라. 그 뜻은 '화려한 성공' 이 아니라 '모험'이구나

지금도 누군가 벤처에 도전한다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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