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퇴사, 회사의 문을 닫습니다.

악당들과의 전쟁의 결과는, 모두에게 비수를 꽂은 폐업

by Creative Uxer

과감한 결단으로 벤처회사에 뛰어들고,

고사상 위의 돼지 머리에 절을 하며 고사를 지낼 때까지만 해도 무조건 잘 될 것만 같았다.


그럭저럭 없는 수익이지만 유지는 될 정도로 돈을 벌고 있었기에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다.

벤처를 운영할 때 들은 많은 이야기 중 3년을 버틸 수 있으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했다.

적어도 현재 기준으로만 1년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조금만 더 잘 되면 3년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품었다.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할 때쯤,

악마의 속삭임들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회사는 수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악당은 재무담당이었다.


그때 알았다면 좋았을

'영화 타짜'에서 나오는 1번 원칙,

'낯선 자를 조심해라'


이 회사에서 나는 기획자인 동시에 경영관리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맡고 있었는데, 점점 챙겨야 할 것이 많아지면서,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또한 외주와 자사 서비스를 동시에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개발자도 필요한 상황이라 추가적인 채용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애초에 이 회사를 만들 있을 때, 우리는 3명의 founder 겸 직원으로 구성됐었는데,

그중 한 명이 과거에 같이 일했던 지인의 합류를 제안하게 되었다.


현재도 안정적으로 방송 쪽 회사에서 재무 관련 일을 하고 있고, 부업처럼 하겠다는 것.

보수는 나중에 회사가 잘되면 받겠다고 하며 본인도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사실 사람의 외모나 태도는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겉으로만 또는 감으로만 판단할 수 없었기에,

냉정하게 벤처회사의 어려움인 '재무' 담당이라 투자유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점

예전에도 그 founder와 그 재무담당이 과거에 나름 이름이 알려진 설루션을 출시한 점이 있었던 점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경영관리 측면의 많은 잡일들 ( 회계, 재무 등등 )을 조금 덜고자 그 제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실상 투자를 유치할 정도의 능력이 없었고 영업이라는 이유로 법인카드를 쓰기 시작했으며, 사무실을 자신의 놀이터로 삼기 시작했다. 막상 그 정도 상황이 되니 그를 데려온 founder도 '나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을 컨트롤하지 못하게 되면서 점점 수렁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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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사람을 내보내기로 할 때쯤,

이 사람의 실질적인 투자는 이뤄지지도 않았고, 자본금의 많은 돈을 사용한 것도 알게 되었다.


'재무'를 도와줄 사람이, 우리가 모르는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서 '재무'를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법적인 장치로 이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투자하겠다, 한배를 타겠다 는 말에 속아 지분에 대한 정리를 잘하지 못했고, 다름 아닌 재무담당이니 직접 관리하는 영역에서 비리를 만든 탓이다.

물론 그 모든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은 모두의 부족함이지만..



두 번째 악당은 '중개인'였다.


이 당시 대기업들도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외주 프로젝트의 발주들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특히 그중 L사의 플랫폼은 웹 기반의 플랫폼이었기에 모바일 환경으로의 전환을 준비했기에 가치가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나름 인맥의 연결들이 있어 가능성도 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몇 년 뒤 해당 회사의 계열사로 들어가서 그 서비스의 일부를 직접 운영하게 될 기회가 생겼는데, 감회가 새로웠기도 하면서 세상 좁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왜 우리가 비딩에서 되지 않았는지도 알게 되었는데 그만큼 레퍼런스 없는 대기업에 외주를 맡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 이 이야기는 나중에 추가로 쓸 예정 )


어쨌든 한참 제안을 준비할 때쯤,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자신이 그 제안을 담당하는 의사결정권자의 친족이라고 했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친척관계 정도 됐던 거 같다. ) 2천만 원을 주면 프로젝트를 수주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제안이었다. 몇억짜리 프로젝트를 2천만 원에. 그리고 그 대기업이 저렇게 지저분한 영업으로 프로젝트를 한다고? 과연 현실성은 있는 것인가? 이때도 회사에서 참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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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는 응하지 않았다.

물론 정의감도 바탕이 되긴 했지만, 그 사람 자체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주가 되고 나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비딩을 하기 전에 일단 입금부터 하라는 것에서 사기 가능성도 보였다. ( 이걸 응했으면 더 회사가 빨리 망하고,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었겠다 생각도 들고, 정말 저 돈을 주고 수주했으면 벤처회사의 운명이 달라졌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


실제로 최근에 프로젝트를 직접 발주하는 위치가 되어보니 중간에 중개인이라는 작자들이 다가와서 돈을 주겠으니 수주해달라는 오퍼를 받기도 했다 ( 물론, 단 한 번도 응한 적은 없다. 그것은 이 일에 대한 윤리이자 마지막 자존심이다. 이 자존심을 지키려 나 스스로가 망가진 이야기도 다다음 회사 이야기쯤에서 하게 될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2번째 악마의 속삭임을 넘겨냈다.

예상대로 비딩은 실패했고, 좋은 기회들을 계속 놓치고 있었다.



세 번째 악당은 내부에 있었다.


대외적인 협의 등 많은 곳에서 회사는 체계가 필요했기에 ,

그중 가장 업력이 높은 founder이자 개발자에게 대표이사 직함을 맡겼다.


나름 업계에서 인정받는 개발자였기에 다들 의심도 하지 않았고 당연히 회사를 이끌어 줄 걸로 믿었다.


하지만 대표이사는 이미 우리가 알던 얼굴이 아니었다.

새로운 것을 개발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과 달리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으며,

게임중독이라 밤을 새우느라 정작 낮에는 함께 일을 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던 그는 회사의 방향성과 무관한

게임 관련 서버 운영 등으로 부수입을 올리겠다고 했고, 또한 교육 강좌 등으로 돈을 벌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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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클레임이 들어왔고 그걸 다른 개발자가 메꿔야 했다.


결정적으로, 여성편력에 대한 문제가 회사까지 치고 들어왔다.

이 정도까지 상황이 되니 중간에 합류했던 여자 디자이너와 어린 남자 개발자도 마음이 떠나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도 회사가 너무 실망스러워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투자금이 아까워서 포기 못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악당들이 회사에 손을 대고 있었다.


결국 나와 그 대표이사, 다른 founder 셋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하고,

내 손으로 뽑은 직원들에게 내손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했다.


그게 모두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실업급여라도 챙겨줄 수 있는 방법 ).이었고, 정작 스스로는 권고사직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하려면 할 수 있었지만 그럴만한 의욕도 제대로 없었으며, founder로써의 이상한 책임감 같은 것이 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이 채 되지 못한 채 회사를 정리했다.


너무나 뼈아픈 서른 살의 실패.. 좋은 마음으로 함께한 모두에게 비수를 꽂은 폐업..

비싼 수업료였지만 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었다.

회사를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운영에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배우게 되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이 일을 해오면서도 단단하게 걸어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혹시라도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 몇 가지가 있다.

- 재무는 직접 관리하라, 재무와 회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회사를 차릴 용기는 내지 말 것
- 중요한 자리에 사람을 쓸 때는 정말 면밀하게 확인할 것, 믿을 사람이 없다면 힘들어도 비워둘 것
- 핵심 요소 하나에 올인할 것, 그 한 가지가 확실하지 않다면 회사를 만들지 말 것
- 벤처는 꿈이 아니라 '모험'이며 그 과정과 결과를 충분히 감내할 준비를 먼저 할 것
- 제대로 된 투자 없이, 자신의 재산과 미래를 담보로 하지 말 것, 다시 복구하기 힘든 우리나라 구조


마지막 회사의 문을 닫고 나오면서 계속 이를 갈았다.

'저 악당들에게 언젠가 복수하겠다. ' 는 마음이었다.


그것은 인간적인 미움이 아니라 ( 아니 솔직히 말해 인간적인 미움도 어느 정도 있었다 )

악당들과 지저분한 일들에 엮이지 않고 꼭 내가 잘되겠다.

좋은 사람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곳으로 가서 정말 좋은 사람들은 잘되도록 이끌겠다.

그리고 그 악당들에게 당신들보다 우리가 더 잘 일하고 잘 살 수 있음을

정의가 맞음을 보여주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렇게 비장한 각오로 3번째 폐업을 통한 퇴사를 마무리하고

4번째 취업을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전 06화3번째 입사. 이번에는 창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