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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ive Uxer Aug 17. 2021

글쓴이가 없는 Blind, 작가가 있는 Brunch

익명 뒤에 숨은불만러의성토장 vs 전문성과 에세이가 가득한 부캐 월드

한동안 지루한 회의들이 가득했다.


대기업을 다닌다는 건, '우리 회사에 이런 것도 있었어?'라는 말이 나오는 복지와 

생뚱맞은 타이밍에 들어오는 수당에 있다.

( 난, 아직도 우리 회사에서 주는 수당과 복지를 전부 파악하지 못한다. 그냥 주면 주나 보다 할 뿐. ) 


하지만, 반대로 비효율도 넘쳐나는데 누구한테 하는 보고인지 알 수 없는 보고서와 자료제출,

그리고 그렇게 리소스를 중시하면서 리소스를 갉아먹는 회의들이다. 


본부> 실> 팀으로 이어지는 주간회의만 해도 일주일에 절반 이상 진행하는 업무에 대해 관리를 하다 보면

매번 이런 회의할 시간에 일을 하면 하나 더 진행이 됐겠지 라고 한숨 쉬게 된다.


거기에 알 수도 없는 부서에서 알 수도 없는 요건을 들고 와서 회의를 요청한다.

이중에 절반은 가능 여부도 판단하지 않고 UX부터 요청하는 건 들이다.


이럴 때는 멘털 관리를 위해 합리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때워야 한다. 


회의시간에 화면을 설계하고 그리는 치는 일은 쉽지 않다. 잘못하면 집중이 되어버려서 회의 내용을 못 듣게 된다. 적당히 들으면서 적당히 딴짓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유용했던 건 Blind와 Brunch 





먼저, Blind 

https://www.teamblind.com/kr/


처음 접했을 때는 시원함을 느꼈다. 

사내정치에 가려져 숨어있던 속마음들이 나와있으니까,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는데, 그 모든 불만은 서로서로를 타깃으로 하고 있기에 

사정을 알지 못하면서 아무렇게나 얘기하는 특정 팀에 대한 이야기,

특정인을 무논리적이고 유치한 단어들로 비방하는 글들을 보면서 

내가 다니는 회사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자괴감을 느끼게 됐다. 


인터넷과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던 시절, 그리고 모바일이 활성화된 현재 시점,

그 모습이 바뀌었을 뿐 회사의 뒷얘기를 익명으로 하는 서비스는 계속 있어왔다.

대나무 숲이 그랬고, 꿀위키가 그랬다.


사람들이 가진 욕망, 그 욕망을 채우지 못하는 부족함에 대한 불만을

누군가에게,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말하며 위로를 받는 서비스들이었다. 


블라인드는 이런 사람들(직장인들) 사이에서 고정적인 화두에 올라있기도 하데 

큰 회사-작은 회사, 벤처-대기업, 사기업-공기업을 막론하고  모두 동일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역시나 블라인드의 가장 큰 파괴력은 '익명성'인데.

증명되지 않은 사실로 댓글 피해자를 만드는 단점을 가진 대신,

자신의 위치와 지위가 드러나지 않은 채로 모든 생각을 여과 없이 노출하게 만든다.

마음속에만 담고 있을 얘기가 수면 밖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회사라는 조직이 아랫사람보다는  팀장 임원들 위로 갈수록 불만을 먹고살아야 하기에

특정 대상들이 저격당하기도 하고, 조직의 비리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되어 시끄럽게 되기도 한다.


회사들은 더 이상 이 채널에서 회자되는 버즈량을 무시하지 않는다.

버즈는 버즈를 낳고, 또 다른 2차 3차 외침들이 생겨난다.


때로는 예상되는 대상 그룹을 추적하기도 하고, 전체 대상에게 공지사항으로 해명을 하기도 한다.

Blind에서 일어나는 말들이 다른 곳에서 소통되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쯤 돼서 생각하게 되는 건 이 채널에서 일어나는 결론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나올 수 있는지 이다.

소모적으로 욕을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내고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 소통되면서, 각자가 원하는 회사가 좀 더 좋은 가지를 추구할 수 있는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경쟁 사회에서 모두를 만족하는 방향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

불만은 생겨나고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있는 불만들이 이어질 뿐이다.


그렇게 익명이라는 방패막이를 뒤에서 불만러들은 계속 끊임없이 불만을 이야기한다, 





Brunch

https://brunch.co.kr/


브런치를 처음 접했을 때도 익숙함을 느꼈다.

티스토리, 텍스트큐브 등 블로그의 전성기 때 인터넷에 쏟아진 수많은 개인 블로거들의 글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블로그-메타블로그와 거의 유사한 시스템 구조를 가진 것도 그랬다.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면 기존 블로그가 '포스팅'(콘텐츠)에 집중되어있다면, 

'작가'라는 시스템은 '글을 쓰는' 사람(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볼 수 있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심사도 쉽지만은 않은 것에 있다.

그 심사라는 과정 때문에 ( 물론 이후의 글을 모니터링하고 운영하는 것 까지 포함해서. )

일정 수준 이하의 글이나 무분별한 비방 또는 수준 낮은 콘텐츠가 생산되는 비중을 낮추고  

특정 대상을 광고하는 것에 그치는'블로그의 최대 단점'을 극복해 내었다. 


그렇게 필터링된 작가들이 글을 쓰니 브런치 안에서는 전문성이 가득한 글들도 많으며

( 특히 UX 분야의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없을 만한 정보들을 브런치에 올리기도 한다. ) 


또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에세이를 통해 이야기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화될 수 있는 건 블로그와 참 많이 닮았다.


브런치도 블라인드와 동일하게 '익명성'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한다. 

굳이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선택이라 가끔은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밝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필명을 사용한다. 필명 시스템은 '부캐'의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김태호 PD는 예상하고 있었을까? 메타버스의 세계관을.


( 나는 각 세대마다 짊어지는 삶의 무게와 해결방안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 
'N포 세대' 들은 현실의 어려움을 'N 잡러'를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


브런치에는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또 하나의 세계에서 '작가'로의 꿈을 꾸고 실현시켜 나간다. 

그들이 '작가'라는 부캐 시스템을 통해 또 하나의 JOB을 만들어가고 끊임없이 의미 있는 콘텐츠가 생산된다.






2021.06) 블라인드 앱을 아예 지워버렸다.

                기대감은 사라지고, Positive는 없이 negative 만이 집중되어

                회사 내의 조직들을 이간질하고 분열시키는 서비스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그마저 있던 소통도 아닌 옴부즈맨 앱으로 변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저도 이 서비스의. 존재의 의미인지도 모르겠지만..





블라인드와 브런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단, B로 시작한다. ( 너무 유치한가. 하지만 나는 강의할 때마다 쓰는 이런 개그코드를 놓지 못한다. )  


그보다, 똑같이 익명으로 가려져있다. 

또한 글로 나를 표현하고, 공감 버튼과 댓글로 열광한다.


하지만 차이도 명확하다 


'글쓴이가 없는 Blind, 작가가 있는 Brunch'

'부정적인 글이 많은 Blind, 긍정적인 글이 많은 Brunch'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의도를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곱씹어보며 생각해야 하고

글을 읽는 사람은 그 의도를 이해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신중하게 확인해야 한다.

글로 무언가를 전달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Brunch는 변질되지 않고, 지금의 모습과 사상을 지켜갔으면 좋겠고 


Blind에서도

소통을 위한 각자의 외침들이 공허하고, 피로한 것들이 아닌 미래를 위한 대화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서비스가 없어도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는 믿음이 있는 환경을 기대하기도 하고..



참고로) 이 글을 쓰는 건 내가 브런치의 작가이고, 브런치에 쓰는 글이라서 가 아니다. (관계자도 아니고..)

             블라인드와 브런치를 계속 보다 보니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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