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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ive Uxer Nov 10. 2021

가상인간 로지는 조화(造花, 인공 꽃)를 떠올리게 한다

본질이 안보이는 인위적인 컨셉질

'가상인간 로지'가 등장 한지도 얼마 안 됐는데 광고 수익만 벌써 10억을 올렸다고 한다.


최근에는 W컨셉 모델로 삼성역에 등장하기도 했다.

( 참고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11016566g )


관련하여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긍정적이다.  

마치 가상현실을 넘어, 가상 인간이 신세계를 만들어 줄 것만 같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101416083921529


하지만 나는 로지를 보고 있노라면, '조화'가 떠오른다.

사전적으로, 진짜 꽃을 본떠 만든 가짜 꽃을 "조화(造花, artificial flower )"라고 한다.


조화를 누가 몰라?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조화라는 단어는 복수개의 뜻이 있기도 하고  'artificial'-인공적인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에 써봤다


( 철저하게 개인적인 취향으로 )

나는 꽃 선물은 좋아하는 편인데 조화를 아주 싫어한다.


꽃의 매력이 있는 건 '본연의 아름다움'에 더한, 그 '생명의 한계'에 있다.


'꽃'은 환경과 종자, 키우는 사람의 노력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진다.

또한 같은 사람이 같은 종자를 가지고 키우더라도 지역, 기후 등에 따라서도 그 생육의 방향이 달라진다

꽃마다 가진 다양한 모양과 컬러, 그리고 꽃마다 가진 특징이 다양한 의미 해 더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꽃은 나무에서 꺾는 순간부터 생명체의 '시한부'가 시작된다. 아무리 잘 관리해도 결국은 시들게 된다.

특히 선물하는 꽃의 대부분은 나무에서 자란 꽃을 잘라서 만드는 것이라, 그 생명의 한계가 정해져 있다.

그 아름다움이 영원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시들게 되기에 , 그 기간 동안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게 되는 것 그게 바로 '꽃'이 가진 의미이자 매력이다.


그 과정은 사람의 일생과 다르지 않다. ( 왠지 BGM으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틀어야 할 것 같은..)

사람마다 성장하는 배경에 따라, 또한 각자 삶을 해석하고 해쳐나가는 것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된다. 모든 것이 똑같은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사람 사람은 모두 소중하고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또한 삶이라는 것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하기 때문에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또한 그 삶이 의미 있고 재미있으며, 우리가 매일 같이 소중하게 생각해야 되는 것이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처럼 불로불사 하는 것이 그저 축복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PublicDomainPictures님의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꽃이 가진 '생명의 한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여 만든 것이 바로 '조화'이다.

나무에서 자라는 꽃이 아니라 인위적인 재료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인위적으로 만든 가짜에 지나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똑같은 꽃처럼 보이기에 순간적으로는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위적으로 만든 가짜로 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조화는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의미를 찾기 힘들다.

시들지 않기에, 생명의 한계를 가지지 않는 이 존재에 소중하게 애착을 가지는 것도 어색하다.


얼마 전 콘텐츠 기획을 하던 팀원과 이것에 대해 논쟁한 적이 있는데, 그 팀원은 조화가 좋다고 말했다.

나는 감성적인 콘텐츠 기획을 하는 사람이 생화가 아닌 조화를 좋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이건 철저하게 개인적인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꽃이라는 사물의 유한한 생명의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꽃이 시들면 치우기 귀찮으니 조화가 좋다는 그 팀원을 이해할 수 었었다.


꼰대 소릴 들을까 봐 더 말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그렇게 귀찮게 꽃을 대할 거면 차라리 그림이나 걸고 있던가.


출처 : W컨셉 ( https://www.wconcept.co.kr/Issue/17051 )


로지를 보면 조화가 떠오른다.


가상인간이기에 당연하게 컨셉을 잡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 나 같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줄 것을 알고도 이런 컨셉을 잡은 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


영원한 22세


라는 컨셉. 로지가 나이를 먹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다. MBTI 도 이름보 본명도 모두 제작자가 만든 컨셉이다.

로지는 '알파고'와 같은 학습하는 AI 기반의 머신이 아니라 제작자가 만드는 방식의 컨셉대로만 운영되는 것이니 학폭, 미투, 갑질 같은 사고를 치거나 스캔들의 걱정도 없을 것이다.


최근 스캔들 걱정이 없는 연예인보다는 가상인간이 좋다. 가상인간이 그래서 뜨는 거다라는 식의 기사까지도 나온다 ( https://news.v.daum.net/v/20211023105400415 )


스캔들이 없어서 좋다? 그건 아이러니하게도 '가상인간'이 '진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화가 시들지 않고 계속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심지어는 바보같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 모자란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고 또 실수를 이겨내는 모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또는 인간이 하는 실수를 하지 않고 반듯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동경하기도 한다.


로지는 '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라는 직업에 맞게 화제를 일으키고 SNS를 통해 인기를 끌 수도 화제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로지 외의 '가상인간' 들도 트렌드를 타고 계속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가상인간이 현재의 트렌드가 지나간 이후에도 더 많은 영역을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는 건, 꽃 시장에서 조화가 차지하는 것처럼 아주 일부의 영역일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WXuK6gekU1Y


AI나 새로운 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거 아니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IT 영상 중 하나가 이세돌 vs 알파고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이 영상을 수십 번 돌려서 봤다. 알파고 대전의 뒷이야기를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알파고와 로지는 다르다.


같은 AI를 기반으로 한다고 하지만

알파고는 머신러닝 기반으로 특정한 영역을 계속 학습하면서 발전하는 모델이고,

로지는 인간의 얼굴을 촬영하거나 합성해서, 다양한 표정과 형태를 AI를 통해 구현하는 방식이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로지는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로 인공지능(AI) 기반에 인간과 유사한 형태로 구현된 가상의 인물에 불과하다. 스스로 학습하면서 발전하는 알파고의 AI(Artificial intelligence)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만약 알파고의 AI와 같은 방식으로 로지가 동작하려면,

로지도 무언가를 학습하면서 스스로의 자아를 만들어가고, 그 자아 속에서 자신의 활동을 자신이 찾아야 한다. 하지만 로지는 가상으로 외모만을 구현했을 뿐, 캐릭터의 특징은 제작자들이 만든 설정, 컨셉일 뿐이다.

( 그 컨셉을 실제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했을지는 분명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꾸며낸 모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치 게임 캐릭터가 그러하듯이 )


인간과 AI는 공존해야 한다.

이세돌의 대국이 있던 이후에 많은 바둑 기사들은 AI와 연습하고 연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간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수들을 찾아내며 발전하고 있다.


로지와 인간도 공존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것은 가상인간이라는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개념보다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로써는 그렇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이 빈틈을 보인다고 해서, 특정 연예인의 buzz가 있었다고 해서 그에 대한 해결책이 가상인간이 될 수는 없다. 현재 등장한 가상인간 대부분이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특정한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그 시장 차제는 한계가 있다.


현재는 AI라는 기술기반과 버추얼 인플루언서라는 컨셉 자제가 트렌디 하지만,  아담이 그랬듯 어느 날 조용하게 사라질 수도 있다.


로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로써 남을 것인지,

스스로 말을 하고, 행동하는 AI로 발전하지는 않을지.

새로운 방향성과 세계관으로 다른 형태로 발전할 수는 없을지


적어도 지금의 "조화(造花)"스러운 모습보다는 인간과 "조화(調和)"롭게 발전되기를 기대해본다.

그것은 로지와 같은 가상인간을 만드는 사람, 가상인간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

그리고, 가상인간이 인간을 대체할 것만 같이 가볍게 새로운 트렌드만 보면 칭송하는 기사들을 쏟아내는 기자들까지, 모두가 생각의 공감대를 가지고 발전되었으면 한다.


언젠가 지금의 내 글을 다시 비웃으며,

'내가 잘못생각했었네' 라는 말을 하길 기대하며..


타이틀 이미지는 Pixabay로부터 입수된 Comfreak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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