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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ive Uxer Sep 10. 2020

코로나 19로 회사가 폐쇄되었어요

평범한 직장인의 코로나 검사 후기

확진환자 1.5만 명 이하..( 광화문 집회 이전 버전입니다. ).

우리나라 인구를 감안했을 때 약 0.03%도 되지 않는 숫자이지요.

이상하게도 뉴스에는 떠들썩한데, 막상 주위에 걸리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확진자가 50명 밑으로 나오기도 하면서 모두들 경계심을 조금은 내려놓고,

분명 남의 일인 것으로만 생각했었죠.


전례 없는 전염성을 가진 이 무서운 병을 '더 이상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이 숨 막히는 마스크를 언제까지 써야 하는 것일까' 무뎌지고 지루해질 때쯤.


찰나의 순간에 남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닌 것으로 상황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공지]사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


그 한 문장이 가져온 파급은 어마어마했습니다


회사의 급격스러운 경영환경 변화에도 적응해가며 목표를 위해 달려가던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모든 일을 멈추고 불안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내 CC인 H씨는 확진자가 있는 층에 가지 말라며 급하게 전화를 했고,

모 영업사원은 모두가 들을만한 큰소리로 '모두 빨리 퇴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말을 하기 좋아하던 사람들도, 평소 말이 없이 조용하던 사람들도 너나 할거 없이 떠들어대며 불안감을 가중시켰습니다.


확진자가 1명이라더라, 3명이라더라.

확진자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더라. 어디서 커피를 마셨다더라.

확진자가 누구와 대화를 했었다더라, 어디 앉아 있는 사람이더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소문은 그렇게 발을 달고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윗선에서의 협의가 끝나고, 평소 보던 고루한 양식도, 꾸미는 이미지도 없는 채로 공지가 내려왔습니다.


즉시 직장폐쇄 모드로 돌입합니다. 전원 퇴근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세요.
출근 재개는 별도 공지 예정입니다.


그 공지 몇 줄로 직급도 나이도 진행 중인 업무도 잊은 채,  전 직원은 건물 밖으로 나가면서

선별 진료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몇 달을 준비하던 프로젝트도, 긴급하게 진행되던 이슈 업무도

어제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논쟁(debate)을 반복하던 일들도 모두 순식간에 멈춰졌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하루가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저도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었어요.


( 여기서 알게 된 것 몇 가지 )

1. 확진자 동선에 있는 접촉자가 아니면 바로 검사받을 수도 없고 검사비도 유료입니다 (자기 판단으로 검사받는 것도 마찬가지)

2. 역학조사를 통해 밀접 접촉자로 밝혀지면 당연히 빠르게 검사받을 수 있지만, 만약 그 통보를 받는다면 그보다 무서운 사실이 없겠죠

3. 검사를 바로 받을 수 있는 진료소는 정해져 있는데, 보건소에 전화하면 알려주기도 합니다 ( 보건소에서 검사를 못해주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연락하고 가는 게 좋아요. )

4. 코로나 검사는 병원마다 비용도 제각각이고, 방식도 조금씩 다릅니다. ( 8~11만 원 정도인 것 같습니다. )

어느 병원은 무조건 엑스레이를 찍기도 하고, 사람이 몰리는 병원은 줄을 서다 못해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기도 합니다.

5. 코와 목을 찌르는 방법으로 검사하는데 통증은 크지 않지만 역한 느낌의 헛구역질을 유발합니다.

이 고통 자체는 크지 않지만, 그 찝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병원에서는 환자와 의료진의 교차점이 등장합니다.


먼저 환자는 끝없이 불안합니다.

증상도 전혀 없이 ( 회사 내 확진자의 동선이 밝혀지지 않아 먼저 ) 검사를 받는 것일 뿐인데도 괜히 불안하죠.

심지어 옆에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 확진자 일지 아닐지 모르니, 병원의 안내에 따라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게 됩니다. ( 밖에선 어떨지 몰라도 진료소에는 모두 최선을 다합니다. )


확진자도 아님에도 모두 의심의 눈초리로 관찰합니다 (물론 이해하죠. 누가 확진자 일지 모르니 그게 맞는 방향이고. 하지만 불안감은 더 높아집니다)


긴~ 대기시간에 주변에 이 상황을 알리려 연락을 해보니 마치 이미 확진을 한 것처럼 피하는 느낌이 듭니다.

확진자가 아닌데도 이 정도인데 막상 확진자가 되면 느껴질 외로움은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예요.

 

의료진은 그저 위대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뉴스에 나오는 아름답고 공익적인 모습이 눈앞에 재현됩니다.


말도 안 되는 이 병을 막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방호복 옷을 입고, 2중으로 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맞이 합니다. 자신이 감염될 수 있는 이 위험한 병을 검사하는 데는 한 명 한 명을 검사할 때마다 옷과 장갑을 모두 갈아입고 의자를 닦아야 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재고 사인을 받고를 반복합니다.


그들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가득하지만 의연한 모습으로 같은 일을 반복하고, 불안에 떠는 사람들을 돕습니다 다. 여기에서 환자와 의료진은 정말 필요한 질문 외에 어떠한 대화를 더 하지 않지만,

공공의 적을 상대하는 무언의 결의가 느껴지는 동맹의 느낌을 주고받으며 신뢰로 불안을 이겨 나가게 되죠.

 

그리고 이어지는 건 자가격리의 시간입니다.

오전에 검사를 한다면 당일에 대부분 결과를 받아 들 수 있지만, 오후가 되면 꼬박 하루를 기다려야 합니다

( 혹시라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면 최대한 빠르게 가시고, 당일 결과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세요. 직접 검사 결과를 내지 못하는 병원의 경우 하루를 기다려야 합니다.)


어제까지 분명 같이 있던 가족에게는 하루아침에 '의심자' '동선에 있을 수도 있었던' 사람이 됩니다.


의미가 있나 없나 꾸준히 의심이 들긴 합니다. 이미 어제까지 계속 접촉했던 가족인데, 오늘만 이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어떤 사람들은 작은 불안감이라도 이겨내 보려 방 안에 틀어박혀 문자로 대화를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포기하고 아이와도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원수만큼의 방과 화장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난감해하며 계속 고민합니다.


이쯤 되면 멘탈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불안감에  기사들을 찾아보고 대입해보고 대응을 준비해봅니다.

이쯤 되면 그저 스쳐 지나가던 코로나에 대한 생각들이, 자신의 일이 되어 돌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불면의 밤을 보내고 나서야, 음성 판정의 결과를 전달받았습니다.

( 누군가는 이 과정에서 절대 아니었으면 하는 결과를 받기도 하겠죠. 여기까지도 힘든데 정말 어찌 위로해야 할지. 코로나 블루가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

의심증상이 없었기에 다행히 아닐 것 같았지만, 마치 죄를 씻은 듯 기쁜 마음이 듭니다.

 

하루아침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이 경험을 왜 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직장의 모든 직원이 하루 동안 일을 안 하면, 아니 며칠 동안 불안해하고 제대로 일을 손에 잡을 수 없다면

그 손실은 개인적으로, 회사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일까요

트라우마로 남아 계속 고통스럽게 되지는 않을지, 더욱이 가늠할 수 없는 얼마나 더 많은 피해가 남아있을까요.

뉴스의 나오는 남의 얘기가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먼 이야기가 주변의 이야기로만 다가와도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많은 피해를 피할 수는 없을지. 결국 예방뿐이겠죠. 걸리지 않는 것뿐 


여러분 남의 일인 것 같은 그 일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 아직 방심할 때가 아닙니다. 모두 좀 더 조심해야 하고 피해야 합니다.


이 복잡 미묘한 하루의 이야기는 비록 작은 이야기지만, 모두 함께 경각심을 가지고자 작성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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