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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 코난 Jun 19. 2016

일본을 새롭게 느끼다

4박 5일 간사이 여행에서 느낀 것들의 기록 (20160601-0605)

*서울과 제주를 벗어나, 가깝고도 또 다른 그곳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휴가 다운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서울이 무더워 더 남쪽에 위치한 오사카는 너무 덥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결론은 정말 환상의 날씨! 솔솔 부는 바람과 적당한 햇살 그리고 파랗디 파란 하늘이 최고의 휴가를 선사했습니다. 지난 2010년 이후 방문인데 오사카는 크게 달라진 것 없이 여전했고, 달라진 것은 저의 마음가짐인 걸 확인한 값진 여행이었습니다. 


제가 했던 기존의 여행은 1. 유명지를 선택 2. 그곳에 남들 다가는 관광스팟을 방문 3. 기념 인증샷을 꼭 찍고 4. 남들 가는 맛집도 꼭 가기가 최우선 목표였습니다. 이런 여행도 의미가 있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겪는 그 모든 것들이 시야를 넓혀주고, 경험을 쌓게 하니까요.


좀 달랐던 이번 오사카 여행을 기록해봅니다. 




'츠타야'의 탄생은 역시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었다 - 일본의 섬세함 

일본에 가기 전 일본의 유명 서점/DVD 렌털 체인(?-서점이라고 한정 짓기엔 복합 lifestyle shop인 듯)인 츠타야의 창립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 자본론-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를 읽고 갔습니다. 책 내용을 간단히 말하면 이젠 '자본' 중심의 시대가 아닌 '지식'의 시대이며, 이를 위해서는 '고객 지향적 디자인'이 필수적이다 라는 내용입니다. 더 이상 제품 개별의 품질로는 시장의 선두에 서기 어려우며(산업의 발달로 엄청난 차별적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대신 같은 상품이라도 고객의 관점에서 재배열하고 재배치한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기조였습니다. 읽는 내내 공감했고 일본에 가면 꼭 츠타야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직접 가서 다시 일본을 경험해보니, 츠타야의 컨셉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곳곳에 '한번 더 생각한' 고객 custermized 된 많은 요소가 눈에 띄었습니다. 결론은 이래서 일본에서 츠타야 같은 곳이 생기는구나!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일정 시간 지난 뒤 물을 따라버리고 비벼먹는 사발면의 경우 친절하게 물 따르는 구멍이 2중으로 뿅뿅, 일본 곳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쿠키 종류를 야구장에서도 파는데, 해당 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의 그 시즌 선수들의 얼굴이 딱 찍혀있는 쿠키들 - 팬이라면 안 살 수 없는! 

오사카를 홈으로 사용하는 일본 프로야구팀 - 오릭스 버팔로스의 팬샵
오사카 도톰보리 츠타야 - 서점과 카페가 완전히 하나로



온 도시가 하나의 디자인 같은- 곳곳의 생활디자인 찾기의 즐거움 

그리고 눈의 띤 것들은 맨홀 뚜껑의 디자인입니다. 단순히 오사카뿐만 아니라 일본은 맨홀의 모든 커버가 디자인이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엔 별로 의식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맨홀 커버를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그 지역의 심벌을 정교하게 새겨 넣은 디자인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아주 소소한 곳의 세심한 디자인 자체가 일본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동물을 좋아하기에 '오사카 동물원'을 들렸는데요, 유리창 하나 사이에서 얼굴을 들이밀던 호랑이보다 더 놀라웠던 건 바로 동물원의 화장실 픽토그램입니다. 

여자/남자/장애인/유아까지 모든 형상을 '고양이'로 만든! 이곳이 동물원이구나 백 마디 말보다 더 쉽게 이해하게 하는 디자인의 힘! 

유독 캐릭터라이즈 된 상품이 많은 일본. 드래곤볼과 호빵맨까지 - 모두 카레. 심지어 야구단 카레도 있었고. 라이선스 산업이 상당히 발달했을 듯하고, 엄청나게 큰 규모의 피규어 샵들과 곳곳의 대형 만화책방, 그리고 그곳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면서 생활디자인이 발달한 일본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 지도 조심스레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늘 풍경이 좋고, 맛집을 찾아가는 것 이상의 비슷한 시대에 각기 다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 값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일상을 완전히 off 한 채, 흔한 길거리 맨홀 커버에도 감탄하게 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마도 여행의 마법인 듯! 


글을 쓰다 보니 다시 휴가가 가고 싶은~

남들에게 일상이 내게 낯섬이 되고, 그 낯섬이 다시 내 일상에 즐거움을 더하는 듯합니다. 또 다른 낯섬을 즐기기 위해 일상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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