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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 코난 Dec 09. 2015

되돌아보니 더 고마운

#3. PR 주니어 시절 나를 성장시켜준 순간들

*Cover photo by Conan -최근 눈이 많이 오던 날 외근하던 창 밖으로 2층 지붕 위에 오돌거리며 올라와 있는 강이지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눈이 신기한지 지붕 밑으로 떨어질까봐  주춤주춤하면서도 호기심에 한 발짝, 반 발짝 움직이고 혀로 눈을 먹어보던 강아지가 참 귀여웠습니다. 제 주니어 시절도 그랬던  듯합니다. 한 발짝 더 내딛을 때의 두려움과 호기심. 10년 넘게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럴  때마다 호기심을 성장으로 이끌어 주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본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PR주니어 시절 읽었던 책을 몇 권 소개했는데요, 오늘은 PR이라는 업무를 하며 단순한 업무 tactic이 아닌 업무 신념을 배우고 성장하게 된 순간들에 대해서 몇 자 적을까 합니다.


1. 빨간펜 그 선배 - 내 직급이 무엇이던, 어느 위치에 있던 내가 작성한 글이 client에게 전달될 마지막 버전이라 여겨라!

주니어 시절 (지금도 그렇지만) 인정받고 잘 한다고 칭찬받는 후배가 되고 싶은 건 누구나 인지 상정일 것입니다. 저 역시 선배들이 시킨 일을 빠르게, 그리고 기획력 있게 잘 한다는 칭찬을 기대하며 여느  때처럼 팀 내 선배에게 자료를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바로 선배의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잠시 휴게실에서 볼까요?"

휴게실에서 만난 선배의 손에는 제가 작성한 기획서와 빨간색 펜이 들려 있었습니다. 선배는 제 기획안의 넘버링, 글씨 크기, 문장의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제 기획안을 빨간색 펜으로 난도질을 했습니다. (제 마음이 그랬습니다.)

"기본이 안돼 있습니다. Formating은 문서의 기본입니다. 막내가 작성한 기획서라도 바로 클라이언

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쌀쌀맞은 선배의 말이 참 섭섭했습니다. 기획안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피드백도 없고 겨우 넘버링 좀 틀린 거 갖고 저러나 싶기도 했습니다. 당시 제 아이디어가 나쁘진 않아서 선배의 formating 터치 이후에 바로 클라이언트에게 전달되었고, 다행히도 실행할 수 있게 buying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 보고 제가 선배가 되어 보니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만큼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디테일의 힘이라고 했던가요. 사소해 보이고 미미해 보이는 것도, 전체의 professionalism을 완성하는 데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그때 크게 배웠습니다. 특히나, 무형적 결과물을 수많은 기획서와 report를 통해 전달하는 PR인이야 말로 기본 중에 기본인 덕목입니다.


2. 내가 의도치 않아도 상대방이 그렇게 느꼈다면, 어쩌면 의도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제가 곧 승진하겠구나 기대하던 시절의 기억입니다. 저는 (다행히도) 퍼포먼스가 좋은 편이어서 무리 없이 승진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큰 꾸짖음과 함께 승진을 6개월 뒤로 미뤄야만 했습니다.

이유는 저와 같이 일하는 후배가 제가 한 이야기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한 말의 의도가 그 뜻이 아니었기에 억울했습니다. 제 라인 매니저와 결국 사장님과도 미팅을 했습니다.

제 상황을 상세히  이야기하고, 사장님의 피드백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본인이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그런 것입니다." 매정한 사장님의 한 마디에 저는 사장실에서 펑펑 울었고, 사장님은 제게 크리넥스를 전달해주시면서 책을 한 권 추천해주셨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정치력 101-by Katheleen Kelly Reardon]


당시는 좀 어색한 제목의 책이었습니다. 정치라닛!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실력은 좋다고  평가받던 저 였지만, 일은 혼자가 하는 것이 아니기에 팀으로 다수와 부대끼며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대화의 방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는 배움입니다. PR은 어떻게 보면 '인식'관리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각 개인의  평판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업무의 '인식'관리를 위해서도 참고해볼 만 합니다.


3. 이 곳에 이 회사를 5년 이상 다닐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아직 인턴이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는 매주 월요일인가 전 직원이 큰 회의실에 모여 Weekly meeting을 진행했습니다. 각 카테고리 파트 별 클라이언트 업무 진행 사항이나 본인들의 insight도 공유하고, 회사 내 PR 리더들의 강의 등도 진행되었습니다.


신입사원이었기에 늘 그 시간은 제 호기심을 풀어주기에 충분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제게 그 시간들을 지금 세세히 기억해내기란 상당히 어려운 데요, 유독 한 멘트는 아직도 '음성지원'되는  듯합니다.


"제가 단언컨데 이 자리에 있는 직원 중 이 회사에 앞으로 5년 이상 다닐 직원은 없습니다. 이제 직장의 시대가 아닌 직업의 시대입니다. 여러분의 프로다움, 전문가 다움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아니 어떻게 사장이라는 사람이, 평생은 아니어도 그래도 5년 이상은 다니고 싶은 마음이 충만한 신입사원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정말 문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난 오래 다니려고 입사한 건데.


결국 저는 그 회사를 5년을 채 다니지 못하고 현재의 직장으로 옮길 수 있었고,  그때 그 사장님도 이젠 그 회사에 계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성장했고, 그 사장님 역시 전문가로  인정받고 계십니다. 요즘은 점점 더 직장보다는 직업의 시대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인지 안정적인 회사를 원하는 대학생들을 많이 봅니다. 저 역시 그 나이 때는 그 말이 쇼크였고,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미래는 잘 모르나)  그때의 그 충격 요법을 통해 일에 집중하게 되었고, 제 스스로의 전문성에 대해 늘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그냥 공채로 입사해 한 직장을 10년, 15년 다닌, 저와 비슷한 전공을 한 친구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전문성이, 경쟁력이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지금도 저는 늘 고민하고, 고민합니다.


혼자서는 생각의 크기를 키우기도, 능력을 성장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사례들 외에도 많은  순간순간, 선배들의 한 마디, 고객사의 한 마디, 피하고 싶었던 순간, 도망가고 싶던 순간, 원하지 않았던 순간 들을 극복해 내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 조금은 부끄러운 어릴 적 순간들이 여러분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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