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야. 나도 잘 나갈 '뻔' 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캣츠, 시카고 그다음은?

by Ho jakka

지난 1,2 화에 보내준 관심 고마워. 그런데 말투가 좀 딱딱한 거 같아서 말을 좀 편하게 할게. 자. 이번에 들려줄 이야기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데뷔 그 후의 이야기'야. 잘 들어봐.


'오 예쓰!' 데뷔 후 정말 하루하루가 꿈같았고 너무 행복했어. 그렇게 기대하고 꿈꾸고 바라던 뮤지컬 배우가 되었고, 배우라는 존재로 무대 위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또 철없던 대학생 시절에 자주 말하고 다녔던 그거 있지.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전호준입니다.


라고 다른 이에게 날 소개할 수 도 있고 말이야. 아무튼 노트르담 드 파리가 마칠 때쯤 뮤지컬 캣츠의 오디션을 봤어! 네가 아는 그 고양이 말이야! 야옹! 운이 좋게도 그 작품에 오디션을 패스해서 뮤지컬 캣츠의 한국 초연을 할 수 있었어. 뮤지컬 캣츠에서 작은 배역(뮤지컬 캣츠는 모든 배역에 이름이 붙어있다.)을 맡았었는데, 그 이야기 잠깐 해볼까 해.


캣츠는 첫 연습 때 연출부에서 '꼬리'를 놔눠 줘. 재밌지? 그 꼬리의 용도가 뭐냐면. 그걸 허리에 달고 다니며 고양이가 되는 연습을 하는 거지. 신박하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꼬리와 나 자신과의 합이 잘 맞는 어떤 날은


고양이가 나인가, 내가 고양이인가


라는 생각에 푹 빠지기도 해. 그렇게 내 몸에 없는 꼬리를 만들어가며(?) 배우고양이들끼리 공연 연습을 한 기억이 나. 정말 재밌었어. 꼬리라니!!! 그리고 연습실에서의 재미는 공연까지 쭉 이어졌지. 맞아. 그땐 그랬어.


캣츠는 연습과 공연 포함 8개월 정도 했는데, 그 장기간의 캣츠 공연이 마칠 때쯤 '뮤지컬 시카고의 비공개 오디션'이 있었어. 뮤지컬 시카고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알 거고, 비공개 오디션이 뭔지 짧게 이야기하면 비공개 오디션은 작품에서 한두 명이 갑자기 빠지게 되거나 혹은 이번 시즌 마치고 다음 시즌이 생각보다 빨리 돌아와서 배우에게 콜을 돌려. 그런데 배우가 미리 스케줄이 잡혀 있거나 안 되는 상황이 생겨서 배우가 한 두 명 정도 부족하면 그 한두 명을 뽑기 위해 공개 오디션으로 하기엔 약간 대공사인 거지. 그러니 비공개 오디션이란 이름으로 오디션 규모를 축소해서 진행해. 배우 지망생들에겐 아쉽게 들리겠지만, 제작사에 입장에선 오디션 사이즈도 돈이니깐 어쩔 수 없는 것도 사실이야. 암튼 그렇게 비공개 오디션에서 남자 배우 한 명과 여배우 두 자리를 두고 남자 배우 네 명, 여배우 네 명이 있었어. 이번에도 운이 좋게도(얼마나 다행인지) 오디션에 합격했고, 그로부터 몇 달 후 '뮤지컬 시카고'에 남자 앙상블로 공연을 하게 되었지. 검정 바지에 검정 조끼만 입고서!

올 댓째~~~ ZZZZZZZ.


노트르담 드 파리 데뷔부터 캣츠를 거쳐 시카고 까지. 정말 꿈같은 2년 6개월을 지낸 거야. 데뷔도 남들보다 나름 빨랐고, 흔히 말하는 좋은 공연들이었으니깐! 그때의 내 자신감은 찐이었어.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우린 인생이 항상 좋은 일만 있진 않잖아. 그때의 난 그걸 제대로 느꼈지. 왜냐면 그 후에 봤던 모든 오디션에선 쫙 떨어졌거든. 일단 기억나는 건 명성황후, 스프링 어웨이크닝 또.. 그만 기억하겠어. 괴롭다. 암튼 아마도 10개쯤? 정말 누가 사주한건가 싶을 정도로 다 떨어졌어. 나란 아이는 긍정적이지만 힘을 내기가 쉽지 않았어. 힘들더라. 그 후로 오디션의 탈락 원인을 생각하고 고민했어. 그리고 내린 결론,

그냥 이 또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


그때의 난. 정말 저렇게 생각했어. 내 실력도 중요하지만 내 이미지나 다른 것도 중요하니깐 말이야. 그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며 토닥이며 몇 달을 지낸 후, 남한 산성 이라는 뮤지컬에 합류하게 되었어. 물론 오디션을 봤고. 으하하. 이때의 기분은 뭐랄까. 너무 더워 죽을 거 같은데 아이스크림이 내 입에 딱 들어온 느낌. 그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드디어 내 몸과 영혼이 다시 살아 숨쉬기 시작했어. 그때 다시 살아있음을 느꼈어.


생각해보면 오디션에서 쭉 시원하게 정말 아주 시원하게 떨어져 봤기 때문에 기다리는 법과 혼자 버티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 어차피 이 또한 다 지나갈 테니까 말이야.


이 또한 다 지나가리다.


덧붙임> 댓글과 공유는 큰 힘이 됩니다. 진짜예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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