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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 jakka May 02. 2019

굳이 뼛속까진 안 내려가더라도.

일 년 전에 나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지난주에 브런치에 글을 썼습니다. 오랜만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재밌었습니다. 글쓰기가(글 쓸 때, 몰입의 느낌이 너무 좋아요. 이 느낌도 글을 써보니 알게 된 거고 만약 안 써봤다면 몰랐겠죠).


더 솔직히 말해서 지난 몇 달 동안은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아니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일부러 쓰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는 2월 초에 있었던 라섹수술을 핑계로 맥북 화면을 잘 안 봤고요
두 번째로는 글쓰기에 대한 어떤 코멘트를 들었는데 그게 조금 마음에 걸렸고
세 번째로는 휴식을 취하고 싶은 주인의 말을 몸과 마음이 너무 잘 들어주었고
마지막으로는 현재 집중하고 있는 공연 연습 때문에 글머리가 안 돌아간다는 것이 마지막 이유이자 핑계입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첫 번째는 핑계요, 두 번째는 변명이고, 세 번째, 네 번째만 진심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제 손가락과 글머리도 이제 슬슬 깨어나려 해요. 제가 이렇게 접이식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것을 보면요. 아마도 어떤 책을 보다가 영감을 받았거나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오니 뒤숭숭해서 그럴 수 도 있겠죠. 봄 타나 봐요 저.


[티스토리]라는 글쓰기 플랫폼이 있습니다. [티 스토리]는 제가 이용했던 첫 글쓰기 플랫폼인데요, 오랜만에 [티 스토리]에 로그인해봤습니다. 예전에 쓴 글을 볼 수 있었는데, 제가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글도 있었고, 제 글쓰기 습관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제가 글이란 걸 쓴 지가 어느덧 일 년이 되었더라고요. 2018년 3월 24일에 첫 글(https://creatjun.tistory.com/3)을 썼으니 일 년 하고 한 달이란 시간과 며칠이 더 흘렀네요. 시간 참.


지난 일 년 동안 쓴 글을 다시 보니 그때의 상황, 감정, 순간이 다 생각났습니다. 그뿐만이 아니고 글을 쓸 때 어떤 식으로 논리를 전개했었는지, 어떤 내용을 인용해왔는지 다 알 수 있었는데, 재미있었던 한 가지는 제가 썼던 인용문 대부분은 글 쓰던 그때 당시에 보던 책에서 가져왔더라고요. 이 외에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쓰는 재주가 많이 부족했다. 나 자신도 만족하지 못하는 글을 발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글쓰기가 무섭지 않아서 용감할 수 있었다. 더 솔직해져야겠다 등등. 바로 여기에, 다시금 글을 적으려는 이유가 있습니다. 참고로 이 말은 제가 생각한 건 아니고 어딘가에서 들었는데요, 이겁니다.


내 인생의 성적표는 어느 누구도 관리해 주지 않는다.



아! 성적표라는 단어에 대해서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생각에 미리 말씀드리면, 수우미양가 또는 80점이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인 성적표입니다. 우리의 삶은 수우미양가나 80점 같은 걸로 표현하기엔 복잡하잖아요?


이런저런 이유로 글을 적지 않으면요? 이런저런 이유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요? 결국 내 인생의 성적표는 누가 관리해주나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친구도 아닙니다.


그럼 또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볼 수 도 있겠죠.


글을 쓰면 잘 살 수 있냐

저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사실 그건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법이 성장한다면요? 또 훗 날 내가 작성한 글을 돌아보며 '내가 이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구나. 지금은 이런데 말이야.'라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삶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나탈리 골드버그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5 문단에 걸쳐서 적어놓았는데, 그 후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글들은 1984년 4월, 나의 단골 제과점인 크로와상 익스프레스에서 쓴 글이다. 지금 이 글을 쓴다면 아마 전혀 다르게 써질 것이다. 우리의 글 속에는 그것이 쓰이던 순간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순간의 환경이 모두 용해되어 있기 때문이다.

순간의 생각과 감정, 순간의 환경을 용해시키는 성적표는 나만이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의 성적표는 어느 누구도 관리해 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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