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글7_이런 일등 안 부럽다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보니 식당 브레이크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식사를 주문했다. 오늘의 메뉴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돈까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주문을 하고 보니, 마감 시간 2분 전이었다. 돈까스를 시간 안에 주문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끼 식사가 4,000~4,500원인 학생식당은 품질이 괜찮은 편이어서, 만약 시간을 놓치면 두세 배의 식사비를 지불하고 일반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식사를 시작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는 테이블은 외국인 학생들 테이블이었고, 그들은 휴대폰보다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한국 학생들은 유독 밥을 먹으면서도 휴대폰에 빠져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나 역시 시간의 부족함 때문에 여유를 찾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배를 채우고, 다음 할 일을 생각하느라 마음이 조급해져 있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외국인 여학생은 반찬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먹지 않을 채소를 손으로 골라내고 나서야 식사를 시작했다. 한 숟가락을 먹고, 다시 휴식하듯 할 일을 하다가 내가 식사를 거의 마칠 즈음 두 번째 숟가락을 떠먹는 여유를 보였다.
주위를 다시 보니, 한국인 학생들은 이미 다 나가고 외국인들만 남아 있었다. 모든 것이 빨라지는 세상에서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학생들을 보니 안타까웠다. 나 역시 마음의 여유는 사라지고,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 있는 듯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인의 평균 식사 시간은 약 10~15분으로,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빠른 편에 속한다 . 반면,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국가에서는 한 끼 식사에 30분에서 1시간 이상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바쁜 일상과 직장 내 식사 문화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직장인들은 짧은 식사 시간에 익숙해져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패스트푸드나 간편식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식습관은 위장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식사 속도 면에서는 빠른 나라로 꼽히지만, 느리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실제로 천천히 식사하는 것이 소화에 더 도움이 되고, 비만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렇게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는 식사 시간조차 절약하려 하지만, 때때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것이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언젠가는 우리도 진정한 여유를 누리게 되겠지만, 지금의 삶은 너무 각박하다. 도태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숨통을 조여 온다. 여유를 찾기 위해 의식적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이 또한 약속한 시간을 메꾸기 위한 또 하나의 작업일 뿐이다. 주위 학생들은 내가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말하지만, 나 역시 그들과 다름없는 시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다.
틈새 감사:
오늘도 열심히 살아내도록 아프지 않아서 감사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서 감사
미루지 않고 틈새 글 7번 쓸 수 있어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