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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Dec 08. 2020

칙칙폭폭~

나의 기억 속에서 소환된 동요 '기찻길 옆'

  얼마 전 일찍 퇴근해 집으로 돌아온 나는 습관처럼 TV 리모컨을 들었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제일 먼저 화면에 뜨는 영상은 전북 군산이었다. 젊은 여성 국악인이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 오래된 철로를 걸으며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얼굴로 동요 '기찻길 옆'을 부르고 있었다.    


 <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폭폭......>


이 동요를 들으면 어린 시절 엄마와 단둘이 살았던 때가 생각난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엄마가 직장을 옮기며 대전으로 나오게 되었다. 어떻게 기찻길 옆 동네에 살게 되었는지 엄마한테 물어본 적은 없지만 이제는 엄마가 돌아가신 지 긴 시간이 흘러 더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 집은 작은 골목 안 끝 왼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골목 밖에서 보면 우리 집이 거기에 있는지 아무도 모를 정도였다. 대문을 열고 높은 담을 지나 큰길로 걸어 나오면 그 길 옆으로 냇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 위로 기찻길이 있어 하루에도 몇 번이나 기차가 지나가곤 했었다. 그 당시 또래 놀이라 해봤자 줄렁기, 사방치기, 고무줄놀이가 다였기에 냇가의 작은 돌다리는 우리의 놀이터였다.  


화창한 날에는 흐르는 물이 깨끗해서인지 마치 맑고 투명한 햇살이 물에 실려 흘러가고 있는 듯했다. 냇가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학교에서 일찍 돌아올 때는 돌다리에 앉아 물속을 들여다보다 지나가려는 동네 어른들께 꾸중을 듣기도 하였다.


여름에는 신발을 벗어 들고 고기를 잡는다고 첨벙 대 옷이 다 젖어 물에 빠진 생쥐 모습이었다. 또 겨울에는 꽁꽁 얼은 냇가에 내려가 눈썰매를 타기도 하였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지금은 고층의 아파트가 그곳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우리도 집을 옮겼지만 여전히 철길 옆 동네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외지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을 해서인지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잠에서 깨야만 했던 그때와는 다르게 기차소리에도 무감각해져 있다. 새벽 일찍 집을 나와 밤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고. 이렇듯 까맣게 잊고 살았던 지난 시간 속의 추억이 누군가의 흥얼거림에 스크린의 영상처럼 하나둘 살아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맞아. 나에게도 저 노랫말처럼 예쁜 추억이 있었는데.>


어린 시절 기차가 우리 동네를 지나갈 때면 약속한 것도 아닌데 친구들과 집 앞 큰길로 뛰어나와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우리가 손을 흔들면 기차에 타고 있던 여행객들도 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는데......


지금도 옛날처럼 기차가 지나가면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아이들이 있을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앞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기차에 탄 사람들도 아이들이 손을 흔든다고 함께 흔들어 줄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KTX가 지나가고 있다. 옛날처럼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지나가지는 않지만 괜한 설렘에 가슴이 두근 거린다. 어딘가에는 동요 노랫말처럼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서 아기가 잠을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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