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석금 Feb 05. 2021

봉이 김선달이 생각나.

대동강 물을 팔았듯...

이른 아침이면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에서 혼자만의 해맞이를 한다.  

모두가 출근하기 전에 보는 일출은 정말 황홀하다 못해 경이롭다. 

산 뒤편으로 하늘이 불타듯 붉게 물들어가며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위엄 있게 알리는 저 태양을 바라보니 살아있는 나에게 주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며칠 전 24절기의 시작으로 봄을 알린다는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아침저녁으로는 겨울의 아쉬움이 남아있듯 날이 차가웠다. 

 

아침부터 기침이 계속 나왔다. 정수기와의 거리가 가까워진 내 책상. 아침 일찍 출근한 직원들에게 폐가 될까 봐 컵에 물을 따라 마시다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조선시대 후기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얼마에 팔았는지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4천 냥에 팔았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자기 자리에 앉아있는 직원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생각했다. 

<물이 필요한 직원의 자리까지 배달해주는 맞춤 조건으로 단돈 300원을 받으면 어떨까!>라고.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겁고 짜릿함이 있었다. 웃자고 한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즐거울 줄은 몰랐다. 혼자 키득키득거리자 누가 물었다. 


<행정관님! 좋은 일 있으셔요? 혹시 아파트 당첨되셨어요?>

아파트 당첨이라! 며칠 전 세종시 6-3 생활권에 아파트 분양이 있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 남편과 견본주택을 갔지만 우리가 살고 싶은 집과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생각한 예산과도 너무 차이가 커 청약을 포기하 고나니 앓던 이가 빠진 거처럼 시원했다.  


우리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은 거처럼 물을 사 먹어야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의 생각은 참 기발하고 부럽다.  

이 아침에 나는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봉이 김선달처럼 시대를 앞서 가는 사람들처럼 나 자신도 그 일원이 된 거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자리는 어디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