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에 발목을 잡힐 때가 있다.
좋은 생각으로 상대방을 배려하지만 상대방은 나의 배려를 고맙게도 생각하지 않으며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그 배려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바보처럼 왜 그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까지도 미워질 때가 있다.
후회스럽고 그 상황을 만든 내 어리석음에 기막혀하면서 의기소침해 지곤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대할 때마다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굳게 맘먹지만 그때뿐이었다.
나의 배려를 아니 나를 무시하는 건가. 이런 일을 겪고 나면 기분은 엉망이다. 의욕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사람에 대하여 관계에 대하여 실망하면서 얼굴 표정까지 빛을 잃게 된다. 한동안 우울하다.
왜 그럴까. 난 정말 왜 그렇게 생겨먹었는지.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나. 어쩌면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의 '첫인상'에서 오는 느낌 때문이었다. 처음에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 일이 틀어져도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려고 하는데
상대방이 비호감일 때는 바로 '그럴 줄 알았어.'라고 쉽게 결정짓고 말아 버리는.
이런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오늘에야 그 답을 찾았다. 누군가 나에게 <그 사람 말이야. 자기한테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 따져가며 대하니까 맘 쓰지 말라.>고.
한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거처럼 멍해지며 나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자기 필요와 이익이 되는지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아니다 싶을 때는 함부로 대하는 이는 다른 이에게 진심이란 게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
오늘은 몸도 지치고 머리도 무겁다. 어느 날보다 더 피곤하다. 나이를 이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적응이 안 되는 게 있다는 사실이 더 신기했다. 그래서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 배움이 필요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