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떨렸는지 글씨는 삐뚤삐뚤한 게 새로운 글꼴을 만들었구나생각되었다. 조금은 떨리기도 하지만 기대감과 설레는 맘으로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좀 괜찮은 사람인가 보다.' '직장 생활을 아주 잘하고 있었구나.'라는 기분 좋은 착각(?)도 하지 않았나 싶었다.
일찍 출근해 업무 준비를 마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 수정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청장님이 행정관님과 점심 식사를 하고 싶으시다는데 언제가 좋으시겠습니까?"라는 부속실장의 전화였다.
아마 그날부터였나 보다. 나의 심장박동이 크게 들려온 것이.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나만의 핫플레이스인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리즌'이란 곳에서 청장님과 브런치 타임을 가졌다.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으면 영국신사 같고 푸른 제복을 입으면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더욱 돋보이는 우리의 리더!
오래전 부속실에서 근무한 적도 있었지만 청장님과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많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기에 얼굴만 뵙다 퇴직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청장님이 우리 청에 부임하셨을 때 노조에서 맡은 직책이 있어 상견례 겸 점심식사를 할 때도 거의 식사를 못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 가끔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뵈어서 그런지 편안하게 느껴졌다. 식사를 하는 중에도 저음의 목소리로 우리의 일상을 물으시며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말씀하실 때는 수저를 내려놓고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셨다. '아! 오늘도 이 맛있는 브런치는 여기서 끝인가 보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저 행복한 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왜 직원들이 '우리 청장님, 우리 청장님'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함께 근무하는 혜정 행정관의 "언니 글 써요. 브런치 작가예요.'라는 말에 궁금한 게 많으셨는지 이것저것 물으셨다. 그 표정이 얼마나 신선했던지.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 귀여운 소년이 앞에 앉아 있는 거 같았다.
대화를 하는 중에도 청장님의 조직과 직원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근무 환경을 바꿔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사무실'을 만들게끔 하셨다. 그리고 그 혜택을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생각하는 청장님과 함께라는 것이 나 또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