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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Feb 15. 2023

나 홀로 음식점에

고맙다 친구야!

약속이 있어 다른 날보다 빨리 사무실을 빠져나와 거리를 걷는데 세찬 바람이 곱게 묶은 머리카락을 다 헝클어 놓았다. 패딩 입고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빌딩의 그림자가 덜 드리워진 곳으로 걷는데도 휴대폰을 든 손이 차가웠다.  


너무 일찍 나왔나 보다.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봤다.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약속한 이는 오지 않고 혼자 앉아 있으려니 다른 이들의 시선에 조금은 어색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혼밥을 즐기는 혼족이 된 거 같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처음엔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아가씨들이 힐끔거렸지만 바로 자기네들 얘기에 집중했다. 

빈 앞자리를 배경으로 사진 한컷 찍고 문밖 거리로 시선을 돌렸다. 


넓은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거리 풍경이 평온해 보였다. 

걸어올 때는 바람도 불고 춥기까지 했는데.

따뜻한 곳에 앉아 있으니 내 맘이 편안해졌는지 거리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음식점은 이상하게 혼자 앉아 식사를 해도 편안했다. 

직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아는 이와 마주칠 확률이 적어서인지. 


요즈음은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역시 혼자는 외롭고 이상했다.

음식이 나오고 뒤늦게 달려온 친구에게 괜히 화풀이를 했지만 사장님의 따뜻한 위로의 말에 

마음이 풀렸다. 

"일찍부터 기다리셨는데...... 빨리 오려고 달려오신 거죠?"

느긋한 친구의 미안한 표정에 오히려 화풀이를 한 내가 미안해졌다. 

"네가 먹고 싶다던 돈가스 시켰으니 맛있게 먹어. 다음부터는 조금 더 일찍 오자.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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